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이 아무리 작아보여도, 못나고 창피해도
한켠으론 무사히 대중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걸 안다.
그런고로 이 책이 무슨 책이고 어떤 작가가 썼는지 밝히진 않겠다만
어후 난 이 책이 그리 유명하다길래 호기심으로 붙잡고 읽으며 보낸, 잃어버린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정말이지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워 고개를 젓게 된다.
그러다 좋은 수가 떠올랐다.
나는 앞서 말했듯 여느 작가들처럼 내 글이 창피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글로 남기든,
그것은 기꺼이 시간 속에 파고들어, 가지 않는 무덤이 된다, 감히 내쫓는 가시가 된다, 공중 멀리 던져진 자유가 된다.
그러니 내가 이 일을 글로 남기면,
나는 이 억울함을 아주 묻어버리고 죽은 기억을 달래거나 기리거나 하는 일도 없이 더 이상 찾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늘상 글을 쓴다.
오늘, 어제, 내일도,
너를 잊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