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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덴마크 선생님 -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는 법 배우기
정혜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나의 덴마크 선생님>은 작가가 덴마크 세계시민학교를 다니며 39살 학생으로서 배우고 체험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그러나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덴마크 선생님'은 세계시민학교 '호이스콜레'도, 학교의 덴마크인 선생님도 아니다.
그것은 덴마크라는 땅 자체를, 그리고 그곳에서 부딪치는 모든 사람들을 말한다.
작가와 만나는 모든 것이 곧 작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다.
책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땅으로서 덴마크의 모습을 그린다. 가장 큰 배움의 터는 물론 호이스콜레다. 호이스콜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학생이자 선생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그것은 포용과 배려다.
책은 아주 소박하고 일상적인 문체로, 느리지만 부드럽게 이러한 메세지를 차츰 드러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과 계절, 그리고 인간관계를 따라가며 작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 역시 작가의 시선을 따라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미처 놓지 못했던 것을 놓아주고, 미처 잡지 못했던 것을 다시 잡는 과정이다. 완벽주의와 초조함을 놓아주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법, 타인을 돌보는 법을 습득한다.
덴마크에서 작가가 마주한 시선과 한국에서의 시선은 반대에 가깝다.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시간과 다수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시간에 대한 견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다.
작가의 배움은 비단 학교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 밖에서 마주한 풍경들, 축제와 강연과 음악, 다른 나라로의 여행 역시 작가의 선생님이 된다. 어쩌면 그러한 배움은 세상의 모든 규칙과 사건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작가에게 주어진 재능일지도 모른다.
책이 향하는 시선을 따르다 보면 자연스레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남들과 똑같이 살기 위해 누군가 만들어놓은 인생의 시간표를 따르는 것이 아닌
나의 호흡대로 걷고 나의 생각대로 말하며 소중한 이들의 안부와 끼니를 걱정하는 것.
<나의 덴마크 선생님>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이듯,
동시에 책을 읽는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