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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 어제는 아프고 오늘은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마음 수행 산문집
인현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0월
평점 :
"길은 누구를 만나기 위해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성찰이 이뤄어집니다. 성찰이란 고독의 불빛입니다. p127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에 그리 대단한 것은 없잖아요.
한 생각 내려놓고 빈둥거림에 익숙해지면, 차츰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주변을 게으른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이 하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정 내가 감사해야 하고, 몸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p77
올해도 5/6가 흘러가고 있고, 이제 남은 2달간 어떤 일들로 내 삶을 풍족하게 채워야 그리고 어떤 수확물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무척이나 행복해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경험 연말정산"으로 이름 짓는 12월을 기다리는 지금의 행복한 자신을 만들어 가기까지 불안하고 걱정이 가득했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지금은 정말 꿈만 같다.
이 책의 작가인 인현 선생님은 오름으로 가는 길목에 '선래왓'이라는 문패를 달고 행복한 마음가짐을 위해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분이다. 업으로 하는 일들이 아니지만 맛있는 삶을 위해 때로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 자꾸만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경책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으시며 살아가신다. 번뇌의 속박을 떠나 삼계를 탈각하여 무아애지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수행의 목표이며 해탈의 경지를 위해 수행하는 자들의 생각이 깃든 글을 읽으며, 사람들이 하는 많은 생각들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크게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각하려 들지 않기에 끊임 없이 실수를 반복하고 후회하는게 인간 대부분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어떻게 살아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저 나답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길. 그리고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은 조건에 맞춰 생겨난 왜곡된 인식에서 생기는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면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수 많은 감정과 생각을 가슴 안에 묻어두고 사는 우리가 때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게 될 때면 해결하려 들기 보단 피하고 다시 묻어놓길 바라게 된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치부"라면 매듭을 잘 지어놓는게 길을 마주하고 걸아가는 올바른 성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27의 글을 읽고 들었던 생각)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업과 윤회를 벗어나 깨달음을 얻어 해탈한 마음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을 기본 뿌리로 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현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뿌리 깊게 막힌 불안 즉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에 이르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의 늪에 빠지지 않고, 작은 위안이 되고 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산문집에서 마음에 드는 챕터를 몇 개 골라 읽은 필자의 1차 서평은 여기까지다.
2차부터는 블로그에 조금씩 생각을 남기며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조금씩 곱씹어보며, 한파에도 쉽지 굴하지 않는 강한 내면을 만들어봐야 겠다.
끝으로 북마크(?)를 해둔 마음에 든 부분을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지금의 만남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먼 길 떠나는 까마귀들이 인사를 왔습니다.
백 년 만의 폭설이라는 지난겨울 그 시련의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래봐야 지척에서도 꺼리지 않는 온감을 나눴을 뿐입니다.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는데
대장 놈은 많은 식구를 거느린 탓에 애를 참 많이도 써서
힘에 부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익숙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가슴 한편이 짠한 것이
작은 정도 무게가 느껴지는 산간의 인연인가 봅니다
몇 생을 두고 나눠온 인사이거늘
이별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만남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별다른 뜻 없이 내 눈길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들이 떠난 자리엔 또 다른 인연이 들어서겠지만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간을 나와 함께하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인연을 감사하며 떠나보냅니다.
지금 이 순간,
다가올 인연을 감사하며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