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고 또렷했던 빛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점점 내가 알던 사람의 모습에서 멀어져 갔다. 죽음을 마주하고 가느다란 숨을 내쉬는 남편을 보는 내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나님 나라의 실존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할 용기도 없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청년 사역을 하면서, 짧은 인생 여정에서 청년의 때에 창조주를 기억하고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예배자로 살라고 가르쳐 왔는데, 그 좋은 천국에 남편을 보내기가 싫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무도 보내고 싶지 않았고, 나 또한 당장은 가고 싶지 않았다. 눈물도 없고 고통도 없는 곳이라는데 왜 그곳이 기다려지지 않았을까? 그때 나는 내 믿음의 민낯을 보았다. 머리로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고 그 나라에 대해 말하고 가르치지만, 사실은 내 눈에 보이고 지금 느껴지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땅에서 잘되는 것이 영광이요, 잘 살아서, 살아남아서 영광 돌리는 것만이 하나님의 승리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 자신을 마주했다. 죽은 자의 부활을 믿고, 저 천국에서 영원히 예배할 것을 갈망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주 나중에 받고 싶은 보장 좋은 보험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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