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
조정형.조윤주 지음 / 다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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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입문

잊혔던 전통주를 간략히 소개한다. 전통주의 특징과 종류뿐만 아니라, 와인과 위스키, 사케 등 세계 여러 술을 같이 소개한다. 달리 말하자면, 내용이 책의 핵심 주제인 전통주에 집중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전개된다. 덕분에,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내용은 빈약하다. 편집과 내용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각 전통주의 고유한 맛과 어울리는 음식,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도되는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책이다.

우리나라 전통주

우리나라 전통주는 가정에서 양조하는 가양주 형태로 발전했다. 가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양조되니, 똑같은 막걸리라고 하더라도 양조법이나 맛이 천차만별이었다. 현대 편의점에 진열된 다양한 맥주처럼,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가 현대로 이어지지 않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양조 허가제였다. 허가된 사람만 양조할 수 있도록 한 일제의 정책은 전통주를 밀주로 만들었다. 가정에서 그저 손님 접대용으로 빗던 술일 진데, 억지로 밀주가 된 술을 빗을 이유가 없었다. 걸리면 곤욕만 치를 뿐이다. 문제는 구전을 통해 대대로 이어지던 우리나라 전통주의 특성상, 양조법을 세세하게 기록한 경우가 많지 않았는 점이다. 결국, 다양한 전통주가 서서히 잊혔다. 현재, 오랜 역사를 지녔다고 홍보하는 전통주 중 실제 대를 거쳐 전수된 경우는 많지 않다. 면밀히 살펴보면, 후대에 의해 복원된 술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고급화 역사는 길지 않다. 거의 현대에 들어와서 고급화됐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전통주가 가양주라, 대중화·산업화의 유인이 적었기 때문이다. 고급화되지 않았는데 단절된 역사까지 있기 때문에, 맛도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인 양주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세월의 풍파에 간신히 살아남은 전통주라도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현대화에 성공한 막걸리와 소주를 제외하고, 다른 전통주는 제사상에 올릴 때나 찾을 뿐이었다. 웬만한 술은 다 있는 대형마트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있더라도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다. 전통주는 전통주 한 병을 맛보기 위해 기꺼이 먼 양조장까지 찾아가는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술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전통주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전통주에 한하여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면서, 전통주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면서 홍보만 잘하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언제든 주문하여 맛볼 수 있는 술이 되면서 소수의 마니아나 즐기는 술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이 됐다. 맛만 있으면, 대박 나는 건 예삿일이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통주 시장에 활기가 띠기 시작한 거다.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전통주의 질도 어떤 외국 고급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높아졌다. 맛없고 숙취 심한 술이 아니라, 맛있고 고급진 전통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통'과 관련되면 항상 붉어지는, 무엇이 전통이냐에 대한 논란이 전통주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나름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기존 전통주 양조인의 눈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양조인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전통주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들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한복처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거고, 새로운 시도와 발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는 전통주도 사실, 오로지 우리나라에서 기원한 술은 몇 없다. 막걸리 정도뿐이다. 역사가 있는 전통주라고 자랑하는 많은 술이 중국, 몽골, 일본, 아라비아 등지에서 들어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술로 발전했다. 따라서, 위스키 같은 양주의 양조법을 따른다고 전통주가 아니라며 배척할 이유가 없다. 먼 훗날 그 술도 전통주가 될 테니까. 전통주 업계가 개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전통주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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