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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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단편이 단연 돋보인다. ‘음악‘이라는 소재를 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힘과 그들의 ‘상실‘에서 나의 상실을 보게 만드는 문장력에 박수를 보낸다. 역시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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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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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사랑....
하나같이 애쓰지만, 하나같이 서툰 이들의 몸짓이, 진심이..
미워하는 마음을 뚫고 나오는 그 연민이...
서로에게 희미한 빛을 비추는 그 작고 연약한 순간이
나와 내 곁에 있는 이들과 자꾸 겹쳐 눈물이 난다.

최은영의 힘은 여전했다.
때로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여
내 마음까지도 까발려진 듯하게 만드는 지독함,

여자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약해서, 너무 다정해서, 보호해 줄 어른이 없어서, 살림을 해서
'함부로 다뤄지는' 폭력을 드러내는 문제의식,

그럼에도 어떻게든 나와 너를 이해하려 애쓰고,
함부로 다뤄진 자기의 삶을 끝끝내 져버리지 않는 이들을 그려내는 온기.

이런 힘은 모든 작품에서 느껴졌지만
뒤에 세 편은 예전 작품들과 뭔가 다른데? 하며
조금은 낯설었다.

여러 작가의 작가 파기를 출간일 순으로 하다 보니
초기작은 주로 신인다운 패기, 거침없는 문제 제기,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작품이 하나 둘 쌓일수록
점점 자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고, 다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느낌이 든다.

최은영 작가의 경우에도 초기작부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몫>, <일 년>까지는
작가 혹은 또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느껴지는지
작가의 목소리가 음성지원 될 때가 많았다.

용산 참사(<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가정 폭력과 미군의 기지촌 여성 살해 사건 등 여성 문제(<몫>),
비정규직 문제(<일 년>) 등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느낌도 참 좋았고...

그런데 <답신>, <파종>, <이모에게>,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은
인간 최은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음성지원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최은영을 또다시 기다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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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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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그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

단어 하나, 문장 한 줄마다 꾹꾹 눌러쓴,
조용하지만 다정함으로 눈부신 여름.

(p.17)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앞부분은 읽는 내내 뭔가 모를 불안함이 느껴졌다.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불안함은 전이된 것이었다.

낯선 곳에 갔을 때의 불안함,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유기 불안,
버릴 거면 차라리 빨리 버려다오 하는 초조함.

나 또한 유기 불안이 오랜 시간 과제였기에
어떤 마음이었을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저 사랑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은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한 번도 손잡아 주지 않은 아빠.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

손을 잡아주고 무릎에 앉히고 꼭 안아주는 다정함.
글 읽는 법을 알려주고, 달리기 기록을 재주고, 농담을 던지는 따스함.
애는 원래 오냐오냐하는 거라는 자상함.

무엇보다 정말 대단한 목청이라고, 폐가 너보다 튼튼한 애는 없을 거라고,
다리가 길어서 달리기를 잘할 거라며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밝은 밤>의 새비 아즈 바이와
<빨간 머리 앤>의 매튜 아저씨 이후 최고의 아저씨…

이런 돌봄은 만나자마자 침을 묻혀 얼굴에 묻은 걸 닦아주고,
목욕시키며 손톱의 때도 벗겨주고,
백까지 세며 머리를 빗어주는 아주머니의 세심함에서도 볼 수 있다.

(p.82) 참 이상하다. 엄마 소의 우유를 짜서 내다 팔기 위해서 젖소에게서 송아지를 떼어내 우유 대신 다른 걸 먹인다니. 하지만 송아지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킨셀라 아주머니 댁에 가는 동안 아이가 상상한 첫 번째 이미지는 키 큰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갓 짜서 아직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하는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갔을 때도 엄마는 갓 태어난 막내에게 모유를 먹인다.

아이는 이 부부의 집에서 이유식을 먹는 송아지가 된 기분이었을 테고, 이상한 일이지만 송아지마냥 만족스러웠던 게 아닐까.

작가가 단어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건
아저씨와 함께 읽은 책들에서도 볼 수 있다.

<하이디>도 친척 할아버지와 지냈고,
할아버지와 떨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향수병 때문에 시름시름 앓기도 한다.
<눈의 여왕>은 소녀의 진정한 사랑으로 얼음 저주가 녹아내리는 소년의 이야기이고,
<다음으로 케이티가 한 일은>은 케이티가 기숙학교에서 겪는 모험과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p.96) 심장이 가슴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 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내 여름', '내 집', '내 삶'..
뭐 하나 온전하게 가져본 적 없는 아이가 처음으로 가져본 것들.

부끄러움도, 비밀도 없는 '내 집'에서
처음으로 독차지해 본
그 사랑이 담긴 심장을 손에 쥐고 달린다.
아저씨에게, 아니 '아빠'에게....

(p.86) 하지만 양동이를 들어 올리려고 남은 한 손을 마저 뻗었을 때 내 손과 똑같은 손이 물에서 불쑥 나오는 듯하더니 나를 물속으로 끌어당긴다.

아이는 이 집에서 처음으로 죽음을 마주한다.

우물에서 다른 손이 잡아당긴다고 느낀 건 어쩌면,
죽은 아들이 받아야 할 사랑을
자기가 대신 받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사랑이 좋으면서도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다가 죽음의 유혹을 받았고,
우물에 빠졌다가 나옴으로써 그 죄책감을 덜어냈는지도 모른다.

성장통, 상실에 대한 애도, 떠나기 싫은 본심.
그 모든 걸 감기로 앓아낸 건 아닐는지...

​(p.75) "보렴, 저기 불빛이 두 개밖에 없었는데 이제 세 개가 됐구나."
... 바로 그때 아저씨가 두 팔로 나를 감싸더니 내가 아저씨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는다.

​아주머니 댁에 있을 땐 내내 햇빛 찬란하다

이별의 순간에는 비가 온다.

하지만 세 번째 빛은
아이도, 아저씨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은 아주머니도,
이 아름다운 글을 읽은 나도
꾸준히 빛을 내며 비춰줄 것이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은 작품.
그녀의 다른 작품도 얼른 번역이 되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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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지 마! 냉장고 - 구워뜨 베이커리의 비밀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책
강효미 지음, 박정섭 그림 / 책구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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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요! <빵이당 구워뜨>를 새로 펴낸 거라던데, 비교해보니 편집도, 그림도 깔끔해졌어요. 무엇보다 내용이 찰지고 재미있어서 애들이 계속 더 읽어달라고 해서 목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ㅋㅋ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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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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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말만 하는 인터뷰어. 정돈되지 않은 말만 하는 인터뷰이. 이렇게 알맹이 없는 책을 내놓느니, 차라리 혼자 차분히 정리해서 책을 낼 일이다. 공부법 또한 너무나 깊이가 얕고,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제대로 말한 게 없다. 실망스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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