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단편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3
손창섭 지음, 김종년 엮음 / 가람기획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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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동물원초‘ 에 대하여 : 애정의 반어적 표현?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게 주어지는 것들 중 단연 최고인 것을 꼽으라면 나는 감히 ‘자유’라 하겠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입고 싶은 것을 입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살며 행하는 모든 것들은 자유 아래 있다. 그 아래서야 비로소 저만의 특별한 삶을 쌓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의 박탈은,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린 인간에게 내리는 가장 큰 벌이리라. 개인의 기호와도 같은 자유가 박탈된 감옥 속의 인간에게 허락되는 것은 ‘먹고, 배설하고, 자는’ 것 – 최소한의 본능에 따른 행동뿐이다. 본능만이 허락된 공간에서 인간은, 동물로 전락한다.
‘송장보다는 좀 나은 인간’ 이라는 표현이 과연 맞는가 의문이 들만큼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감옥 내부의 이야기들은 처참하고, 혐오스럽고, 괴기하기 그지없다. 본능만이 남은 인간 무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또 다른 범죄는 만들어진다. 우두머리와 같은 두 사람 앞에 남은 이들은 그들의 행보가 치욕이고 고통이며 범죄일지언정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서조차 범죄는 남아있다.
이런 생각이 들자 곧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왜 손창섭은 이토록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간을 밀어 넣어 작품을 쓰고자 했을까. 비단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그가 써낸 또 다른 소설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비정상적인 생활, 인간에 대한 모멸과 부정 등이다. 그러한 특성은 멀리 가지 않고 이 작품의 제목인 「인간동물원초」 와 「잉여 인간」 과 같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인물들은 그가 밀어 넣은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이를 보는 독자들은 인물에 동화되어 절로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감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극대화되어 더 자극적일 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도 분명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부정적인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렇다면 그의 인간에 대한 부정적 서술과 극단적인 상황 설정은 현 사회 내에서 행해지는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와 삭막하고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비판하고, 또 이를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현 인간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니었을까. 정상적인 삶, 정상적인 사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담뿍 담은 반어적 표현. 그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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