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조상
프리데만 슈렝크 외 지음, 장혜경 옮김 / 해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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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로 떠난 두 고고학자의 화석 발굴기이다. 그들은 이른바 '호미니드 통로 조사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아프리카 중부, 말라위라는 나라에서 20년을 바쳤다. 어찌보면 한 인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30~40대를 문명과는 동떨어진 오지에서 보냈다고 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이 고인류학자로서의 길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일반인으로서는 다소 흥미롭게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의 발굴 과정을 약 260페이지 분량으로 압축시켰다. 독자들로서는 마치 영화 '인디아나존스'나 '미이라'에 나오는 흥미진진한 모험같이 느껴질 지 모르지만, 그들이 '화석찾기'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첫 호미니드 유골을 발견한 걸 떠올리면 그 과정이 얼마나 지루하고 고된 것이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고고학은 세월을 헤집는 일이며, 수백만 년의 흙과 시간을 파내야 하는 발굴 작업은 그래서 지루하고 고단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고생물학이나 고인류학이라는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다소 고리타분하고 생소할 수 있는 주제를 저자들은 감동과 흥미섞인 필치로 그려나가고 있다. 단순히 화석발굴이야기를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라위는 시계가 아니라 태양의 위치가 생활을 결정하고 주술사가 도둑을 잡으며 캐슈넛 열매로 술을 담가먹는 등 아프리카 말라위의 평화로운 일상을 소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역사상 고생물학 발굴팀이 발굴 장소에 박물관을 지은 일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열정과 끈기는 학자로서의 위대함을 넘어 인간미까지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원주민들과 뒤섞일 수 있었던 게 그들이 중요한 화석을 발견하고 이 성공기까지 쓰게 된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에게는 인종이라는 인식도, 학자로서의 권위적인 태도도 엿볼 수 없다. 그들에게는 모든 인류가 공통된 조상의 후손이라는 동질감과 학자로서의 겸손함을 찾아볼 수 있다.
  발견한 하악골의 치아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여서 연구에 지장이 생겼을 때, 독일 신문에 난 그들의 기사를 보고 대학생 세 명이 자원하여 말라위로 가서 나머지 조각을 찾아서는 푸딩 속에 넣어 디저트로 선물했다는 이야기에서는 감동도 주지만 과연 대한민국 신문에 그러한 기사가 났다면 자원해서 아프리카 오지로 떠날 수 있는 대학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대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개 돈벌이와 관련있는 학문을 선호하는 대학문화에서 그러한 꿈과 열정을 가진 대학생을 배출할 수 있을까 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저자들은 우리가 학창시절 단순히 교과과정을 통해 배웠던 지식이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도자기의 파편이라 생각되던 것이 실제로는 물주전자의 파편일 수도 있듯이 지식이란 것이 곧 진리는 아니며, 언제라도 수정.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는....물론 지식이 수정.보완되기에는 먼저 열린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자기 지도교수의 족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학문풍토에서는 이러한 논쟁조차 도마위에 올라가는 것이 어려울 지도....
  아담의 조상이 출현한 지 이미 수백만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아담과 그 후손들의 모습은 그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환경에 맞게 조금씩 변해왔다.  앞으로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후손들도 그들의 환경에 맞게 변해갈 것이며 어쩌면 그들 또한 그들의 조상을 찾으려고 지구 구석구석을 파헤치고 다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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