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랑세기로 본 신라인 이야기
이종욱 지음 / 김영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한반도의 고대사에 속하는 삼국시대와 그 후 통일신라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1100여년전이다. 당시 중국은 수, 당의 시대였는데, 중국의 역사를 공부하면 수, 당은 한, 은, 주 3대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나라로서 당시의 사료는 엄청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통일신라와 그 이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사서로는 겨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일 뿐이다. 물론 다른 사서도 존재하지만 모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베껴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도 모두 고려 중기 이후에 쓰여진 것이고,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은 자신이 유학자이고 유교를 숭상한 나머지 삼국사기를 중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사서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고, 유학의 이념에 맞게 사실을 첨삭하여 역사적 진실을 상당부분 왜곡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은 역사에 불교의 색채를 덧칠하여 또한 사실을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통일신라 이전의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일차적으로는 사료가 빈곤하고 이차적으로는 사실의 왜곡으로 그 실상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그런데 <화랑세기>의 출현으로 이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통일신라의 사회상이 밝게 드러나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랑도는 신문왕 때 김흠돌의 난으로 인하여 공식적으로 폐지되는데, 당시 화랑세기의 저자인 김대문의 아버지 김오기가 화랑도의 장인 '풍월주'를 맡고 있었다. 김대문은 대대로 화랑도의 지도자를 배출한 자신의 가문의 계보를 밝힐 목적으로 이 <화랑세기>를 썼을 것이라고 저자 이종욱은 말하고 있다.
화랑도가 당시 김씨 왕조와 혈연적,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화랑도의 이야기는 자연이 당시 왕가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층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당시 지배층의 생활상과 정신세계 등 문화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화랑세기>는 충격 그 자체다. 현재의 우리 관점을 가지고 읽으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고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 부지기수이다. 분방한 남녀관계는 현재의 자유 연애 관점에서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고, 근친간에 이루어지는 결혼은 현재의 윤리적 관점에서는 천인공노할 패륜 그 자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열린 시각을 가지고 그 사회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몇 가지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시 지배층의 독특한 결혼 제도와 가족관계를 알 수 있다. 지배층의 한정된 인적 풀에서 배우자를 골라야 했으므로 근친간의 혼인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되고, 그 근친간의 결혼을 이른바 '신국(神國)의 도(道)'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합리화하고 있었다. 둘째, 역시 결혼 제도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진골정통'과 '대원신통'은 모계로 이어지는 신라만의 독특한 신분제도이다.
셋째, '골품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넷째, 막연하게 알려져 왔던 '화랑도'의 구성과 그들의 활동 내용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왕위계승, '마복자' 제도, '색공', 아내를 이용한 신분상승 등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의 고정된 시각을 일단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라인의 본모습을 결코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한가지의 史實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점은 십분 이해하지만 너무 중언부언을 반복하여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리로 한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거의 <화랑세기>를 소개하는 것에 주요 목적을 둔 것 같은데, 앞으로는 당시 주변국의 역사를 비교하고 분석하여 신라만의 독특한 제도가 왜 이루어졌나 하는 것 등을 밝히는 작업을 했으면 싶다.
예를 들어 무덤 양식과 그 부장품 등을 분석한 결과 신라 지배층의 조상은 고구려, 백제와는 달리 중앙아시아의 기마 민족의 일파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도 중국 사서에서 말하는 흉노족과 가까울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연구되어 온 흉노족이나 그 밖의 기마 민족의 역사를 비교 연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