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만권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20대의 외로움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에 함께 울컥했다. 학자가 자신의 연구 주제에 저렇게까지 진심일 수 있다는 사실이 존경스러웠다.

책을 다 읽고 뒷 책날개에 적힌 “만권 오빠처럼 잘 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라는 이진민님의 글을 읽었다. 아마도 강연회장이 아니라 몇 명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면 교수님의 글썽이던 눈물이 쏟아지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 같았다. 진심을 담아 연구하고 저술하고 대중을 만나는 진짜 지식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에 나온다는 <외로움의 습격>이 기다려진다.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바꾼 제2기계 시대, 인공지능과 공존하기 위한 5가지 질문을 던진다.

1.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냈다는 기술은 현재 얼마나 발전한 것일까?
2. 기술의 발전은 자본주의 본질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3. 21세기 자본주의는 왜 극소수의 승자와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라 비난받고 있을까?
4. 승자와 엘리트의 독식 사회에서 노동은 그에 합당한 존중을 받고 있을까?
5. 21세기 새로운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했던 지점의 질문들이 순서대로 나와 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이 차근차근, 친절하게 나온다.

산업혁명(제1 기계 시대) 당시 벌어진 기계파괴 운동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술의 발달에 대한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기계의 도입과 함께 발생한 임금 삭감, 노동자들의 권리 제한 때문이었듯이, 4차 혁명의 문제는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문제임을 지적한다.

또한 당시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을 올려주고 노동3권을 보장한 점, 그리고 사회 보험의 형식을 통한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한 점 등을 들어 ‘각자를 위한 노동’으로 몰리는 제2 기계시대에 새로운 윤리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의 확산, 플랫폼 노동, 플랫폼 자본의 등장,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울트라 리치 영향력의 확대,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 정치적 좌절감의 심화, 우파 포퓰리즘 등장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2 기계 시대는 제1기계 시대와는 달리 결핍의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풍요가 넘쳐 나는 시대이다. 노동에 내재한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라는 본성 자체를 재정립해야 한다. 노동 자체의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 노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노동이 삶의 일부가 되게 하는 방법을 여섯 가지 제시한다.

1. 인간이 기계와 파트너십을 맺을 권리 ‘디지털 시민권’-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권리
2. 로봇이 일하게 하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갖자: 로봇세
3. 초국적 플랫폼에게서 우리가 일한 몫을 받아 내자: 구글세
4. 지속적인 소비력을 나누어 주자: 기본소득
5. 인생을 설계할 자금을 주자: 기초자본
6. 노동 ‘안’에서 지어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 ‘전국민 고용 보험’

그리고 공정함이라는 가면을 쓴 능력주의의 함정을 지적한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연대할 때 열린다.

‘위기에 뒤로 남겨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라.’

마지막 문장의 '뒤로 남겨지는 사람'을 보는 순간, 학습된 위기감이 느껴졌다. 능력주의의 유령이 내게도 웅크리고 있음을 확인한다. 다시 정신 차리고 내 뒤에, 내 손이 필요한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바뀐 시대, 공존과 연대, 새로운 돌봄을 위해 주위에 더 많은 눈길을 건네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