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없어 - 존재와 부재를 껴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나와 없어 ㅣ 그림책은 내 친구 68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8월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어른의 옷을 입은 아이와 뒤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무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는데요.

아이가 어깨를 걸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친구 덕분일까요?

그림책 <나와 없어>는 존재와 부재에 관한 그런 이야기일 것 같네요.

아빠의 외투를 입고 추울 때 엄마가 신으라고 한 장화를 신은 이 아이는 라일라입니다.

아빠와 엄마의 부재를 대신해주는 것들이지요.

또 라일라에게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 '없어'가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없지만 라일라에게는 있는 특별하고 다정한 친구랍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일에만 몰두할 뿐, 딸인 라일라를 챙기지 않아요.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자신의 슬픔으로 채워 남아 있는 자기 자신과 딸의 존재를 잊어버린 거지요.

그 자리에 '없는' 사랑을 그리워 하느라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의 삶과 딸을 보지 못하는 아빠.

그 사이 라일라는 '없어'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살아갑니다.

어린 라일라는 '없어'의 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라일라도 부재를 부정함으로 '없어'의 부재를 경험해야 했지만요.

새로운 탄생을 위해 있는 것들이 죽음으로 자리를 내어주는 일을, 사라지는 일은 사실 다음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아름다운 일임을 삶으로 배우지요.

자연의 존재들이 그렇게 삶을 이어가고 생명을 지속한다는 것을, 그렇게 존재와 부재가 공존하는 세상을 라일라는 깨달아요.

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하고 내 삶에 존재하던 존재의 부재를 껴안고 아이는 어느새 겨울을 지나 봄을 만납니다.

아빠가 그토록 못 본 척했던 정원에서, 아무것도 없던 그곳에서 엄마의 꽃인 히말라야푸른양귀비와 라일라 나무와 함께 서 있는 살아 있는 자신의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인 딸을 발견하는 순간, 마침내 아빠는 깨닫지요.

이제 아빠와 딸은 엄마의 부재를 함께 껴안으며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서로를 껴안게 되는데요.

이들을 바라보며 생명과 죽음이 함께 존재하는 이 세상과 이 세상 안에 살아 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서로의 존재와 부재를 껴안고 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다워 마음이 벅차오르더군요.

누군가를, 무언가를 상실해서 마음이, 삶이 텅빈 모두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어줄 그림책 <나와 없어>

모두에게 이 작은 그림책이 자신만의 '없어'가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