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빨간콩 그림책 2
에릭 바튀 지음, 김영신 옮김 / 빨간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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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뒤집혀 있습니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자신보다 몇 십배는 더 커 보이는 커다란 코끼리를 거미줄로 묶어 뒤집어 들고 가며 입맛을 다십니다. 그리고 뒤집힌 코끼리는 불편해 하기는 커녕 즐거워 보이네요.

아무리 봐도 이건 뭔가 뒤바뀐 것 같지 않나요?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 표지에서부터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 담긴 반전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그림책의 작가님이 바로 시적인 그림과 인상적인 색감으로 이야기를 그리는 에릭 바튀 작가님이라 더 기대가 되네요.

 


사바나 사막 한가운데 배고픈 거미가 먹이를 잡으려고 커다란 나무 사이에 멋진 거미집을 짓습니다.

그런데 산책하던 코끼리 눈에는 이 거미집이 자신에게 딱 맞는 그네로 보이지요.

흔들흔들 그네를 타는 코끼리가 배고픈 거미 눈에는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입니다.

둘은 계속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지요.

배고픈 거미는 먹잇감인 코끼리를 먹으려고 옮기고, 씻기고, 양념하고, 요리하고, 곁들여 먹을 구운 사과까지 완벽하게 세팅합니다. 그러나 행복한 코끼리는 행복한 코끼리답게 모든 상황을 전혀 다르게 그러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요. 예를 들어 거미가 코끼리를 옮길 때는 걷지 않고 편안하게 여행한다고 신나합니다. 배고픈 거미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코끼리가 하는 생각들에 웃음이 나지요. 정말 동상이몽이 따로 없습니다. 계속해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완벽히 다른 이 둘의 생각은 반전의 반전이지만 가장 기막힌 반전은 바로 둘의 관계에 찾아오지요. 먹고 먹히는 살벌한 관계에서 과연 어떤 사이로 변하게 될까요?


사실 배고픈 거미가 제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자신보다 몇 배나 더 큰 코끼리를 잡아 먹을 거라 걱정하며 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우선 거대한 식탐의 소유자 배고픈 거미의 허무맹랑한 도전 정신(?)이 그저 귀여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점점 정말 먹히기 일보 직전으로 치닿지요. 이쯤 되면 없던 걱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코끼리는 모든 상황을 뒤집는 특별함을 보여주는데요. 사실 이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던 게 사실은 코끼리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앞으로 거미와 코끼리 사이의 힘의 역학관계가 그려지실 겁니다. 서로 너무 다른 모습과 정말 공통점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 둘의 생각 차이를 뛰어넘어버리게 되는 순간을 보면서 자신이 요리되는 프라이팬 위에서 트램펄린 하는 것처럼 재미있다고 외치는 코끼리의 환호성을 지르게 되실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그것은 코끼리가 보통 코끼리가 아닌 바로 '행복한' 코끼리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에릭 바튀 작가님의 <배고픈 거미와 행복한 코끼리>커플이 보여주는 맛있는 밀당 그리고 기막힌 반전을 보며 우리가 자신과 달라도 너무 다른 타인과 맺는 관계들을 떠올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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