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한 짝
김하루 지음, 권영묵 그림 / 북뱅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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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 사태로 겨울에 멈춰버린 것 같은 우리의 마음에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은 이야기 <장갑 한 짝>

봄기척에 이제 막 겨울 잠에서 깬 겨울잠쥐 한 마리가 발견한

빨간 장갑 한 짝에서 <장갑 한 짝>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봄의 연둣빛과 대조되는 빨간 장갑 한 짝의 존재에 겨울잠쥐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마음을 안고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지요.

개구리들이 징검다리처럼 폴짝폴짝 짚고 지나가도, 고슴도치가 밟고 지나가도,

다람쥐가 쪼르르 내려와 나무 위로 물고 올라갔다 다시 땅으로 내동댕이쳐도 빨간 장갑은 반응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토끼의 따뜻한 귀마개가 될 뻔하기도, 너구리의 폭신폭신한 털신이 될 뻔하기도 하지만

하나 뿐인 빨간 장갑은 이내 버려지고 말아요.

마침 아기 곰이 빨간 장갑을 주워 한참을 갖고 놀다 엄마 곰에게 물어보러 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기 곰도, 겨울잠쥐도 궁금해하던 빨간 장갑의 정체를 알게 되지요.

정체가 드러난 빨간 장갑과 남게 된 겨울잠쥐는 이제 더이상 빨간 장갑이 두렵지 않습니다.

겨울잠쥐의 것이 된 빨간 장갑 모자를 빨리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신나게 달려가던 겨울잠쥐는

문득 어딘가에 있을 빨간 장갑의 다른 한 짝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지요.

그리고 겨울잠쥐는 키 큰 굴참나무의 가장 잘 보이는 나뭇가지 끝에 장갑을 겁니다.

겨울잠쥐는 빨간 장갑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함께 걸어두지요.

과연 빨간 장갑 한 짝은 나머지 한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겨울잠쥐의 바람은 어떤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하나가 아닌 둘일 때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젓가락, 양말 등과 같은 일상에서 만나는 물건들부터 사랑, 우정, 가족 같은 사람 간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감정들까지 말이에요. <장갑 한 짝>을 보고 있자니 하나여서 혼자여서 부족하거나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라서 서로가 있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과 관계이기에 서로가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또 나눌 때 비로소 더 커지는 기쁨과 행복에 대한 따뜻한 진실을 우리 손에 끼워주는 것 같네요.

<장갑 한 짝> 역시 하나가 아닌 둘로 완성된 그림책입니다. 김하루 작가님이 전해주는 생명의 따스한 온기를 품은 이야기와 권영묵 작가님이 그린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갈아입는 숲과 동물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담긴 그림이 만나서 말이지요.

겨울잠쥐가 걸어 놓은 장갑 한 짝은 어쩌면 자연환경이라는 생명이 사람들이라는 나머지 장갑 한 짝을 향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소중한 것을 나눌 때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라는 걸요. 아이가 흘린 빨간 장갑 한 짝이 온전한 한 쌍이 되기를 바라는 겨울잠쥐의 따뜻한 바람이 따스한 봄의 바람을 타고 우리 마음에도 안부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 시작되는 봄의 생명들이 전해주는 속살거리는 생생하고 따듯한 속삭임으로 가득한 <장갑 한 짝>이라는 러브레터가 당신에게도 잘 도착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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