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작은 배를 만들어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돌고서 내 고향 바닷가가 1킬로미터쯤 남았을 때 모두가 메달이며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그냥 배를 돌려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세계 일주를 떠난다면..."
"만약에 내가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이 비쳐서 '누구세요?'라고 묻자 그 사람이 '마라도 씨다"라고 대답한다면..."
"만약에 내가 백만장자인데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갔다가 불친절한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은행장에게 전화해서 은행을 사 버린 다음 다시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가서 또 경비원이 소리를 지를 때 귓속말로 '아저씨 해고.'라고 한다면..."
"만약에 내가 동물로 변신하는 법에 관한 책을 읽고 주문을 외워 고양이로 변신했는데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책 위로 기어 올라갔을 때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실 전부 다 마음에 들어 어느 하나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상 자체가 현실에서의 일탈이기에 이 그림책이 주는 마음의 자유로움은 그야말로 뚫어뻥!!
보면서 이토록 가슴 뚫리듯 신나는 기분이 들었던 책이 과연 몇이었나 싶다.
그림책 <만약에......>의 매력은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차고 넘친다.
아직 글을 모르는 네 살, 다섯 살 우리 집 꼬마들도 책을 읽어주기도 전에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을 보다가 혼자서 몇 번을 넘겨보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자기들이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나에게 읽어주기(?) 시작한다.
많은 색을 쓰지 않으면서 눈을 사로잡는 몇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 자유로운 분위기와 힘이 재미있고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윤주희 작가님의 그림들이 <만약에......>의 상상들과 정말 찰떡궁합으로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서로의 매력이 더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이 되었다.
넓고 넓은 검은 우주라는 식탁보 위에 색색깔의 별들이 마치 별사탕처럼 깔려 있는 면지를 펼쳐놓고 정신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본다. 거기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이 맛 저 맛 색색의 별사탕들을 집어 먹으면서 상상의 우주에서 좀 실컷 놀다가 와야겠다. 사실 상상의 자유는 애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몸이 매어있는 나같은 어른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마음의 자유, 상상의 자유인지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이 책을 자주 펼쳐볼 것 같은 이 설레는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