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는 한 번도 사 준 적 없는 꽃을 들고 혼자 걷는 조지를 보고 있자니
무얼 하든 언제나 조지와 함께 했던 마리는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레니엄 브릿지 위를 지나가는데
거센 바람이 마리의 모자를 벗기고 갈매기가 홱 낚아채 갑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템스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는 조지를 발견합니다.
아! 마리는 조지가 어디에 가는지 알 것 같네요.
마리와 조지가 처음 만난 곳이자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곳 그리니치!
과연 마리는 그리니치에서 조지를 만나게 될까요?
늘 함께인 두 사람인데 어째서 조지는 혼자 어딘가를 가는 걸까요?
도대체 조지는 누구를 만나 꽃을 주게 될까요?
마리 몰래 다른 할머니라도 만나는 걸까요?
마지막 장에 이르러야 조지가 혼자인 이유가 밝혀지는데
식스센스 급의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혼자 어딘가에 가는 조지를 쫓아가는 마리를 따라
런던의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마치 런던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작품은 잔디어 작가님이 런던 유학 생활 중에 다닌 곳들로
근사한 경치를 혼자서만 봐야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탄생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님이 그리고 조지와 마리의 추억의 장소들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색연필화가 다정하게 안내해 줍니다.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로빈부터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의 전시화 한 점, 한 점
그리고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준 길 가 벤치에 박힌 작은 기념패까지
작가님이 얼마나 주변의 작은 것들까지 관심을 갖고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주디스 커의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가 떠올랐습니다.
두 작품 모두 물리적인 이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절대 슬프지 않고 어찌보면 유쾌하기까지 하지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가 색감과 진행 방식에 있어 좀 더 밝고 화사하다면
잔디어의 작품은 좀 더 차분하면서 긴장감을 띠고 있으면서 곳곳에 유머러스함이 숨어 있습니다.
런던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마리의 조지 추격기이자
두 사람이 함께 한 추억의 장소 안내기인 <당신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과 장소를 둘러보는 조지를 보며
그 사람과 그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 선물이 되어 돌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훗날 내가 혹은 그 사람이 없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어 앞으로의 우리가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해준 그림책 <당신과 함께>
영원히 함께 하고픈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을, 보아야 할 책입니다.
아! 런던이 궁금한 누군가에게도 좋은 책이기도 하네요. ^^
자, 마리를 따라 런던 시내를 구경하며 조지의 비밀을 캐러 가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