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코 할머니의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는 유년시절부터,
전후 일본의 급변하는 시대상을 바라보며 씩씩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나가는 청장년 시절,
어쩌다 큰 집에서 개와 고양이와 함께 지내게 된 사연과 혼자이지만 충만한 노년 시절의 이야기들이
모모코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인 이 책에 들어 있다.
무엇보다 도시와 농촌 간의 괴리에 대한 모모코 할머니의 생각,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모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누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한 인간을 믿고 절대 의심하지 않는 것이었다." - 13쪽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좀 이상하긴 해도 거짓 없는 진실이다. 원래 서툰 사람이 야무진 사람들을 쫓아가려면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끊어내고 아무 말이나 대충 입에 담으며 먼저 걸어가야 한다.
언제나 어중간하고 조잡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 43쪽
"농촌 주부들은 우리를 위해 쌀과 보리를 생산해주는데
우리는 그들을 위해 대부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네들은 쌀을 생산하느라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똑똑해 보이는 말을 늘어놓지도 못하고
늘상 낡은 옷을 걸친다. 정말이지 이상한 세상이다." - 67쪽
글이 정직하고, 담백하고 그래서 거짓 없는 진심을 말하는데 주저없는
차분하면서도 씩씩한 느낌이 모모코 할머니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반했다고나 할까.
아마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한 작가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책이 끝나도 모모코 할머니를 붙들고 이야기 하나만 더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다.
내가 잊고 있던 진짜 소중한 것들이 떠오르고,
그 소중한 것들을 꼬옥 끌어 안고 한동안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은 책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