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 딜레마 -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30
임서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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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들어가는 말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한번씩 국어시간에 독서를 한다. 한달간 책읽기가 끝나면 독서감상문을 작성한다. 한학기 한권읽기의 취지와는 조금 어긋나지만 학생들은 또 열심히 책일 읽고 독서감상문을 쓴다. 수행평가 성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독서감상문은 다양한 조건을 주고 그 중에서 학생들이 선택하여 본문을 구성한다. 

  '공감이 되는 내용과 그와 관련된 내 경험', '공감이 가지 않은 내용과 그 이유'. 

  요즘 내가 고민스러운 대목은 바로 이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고 학생들이 표현한 "공감"에서 묘한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친구와 다툰 후 속상해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 경험이 생각났다.'라든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요정이 등장해서 공감이 안간다'라는 식의 공감 때문이다.


● 책을 읽으며

  <항체의 딜레마>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열린 마음과 사고로 접근할 수 있는 작품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소설이라는 장르문학의 특성상 "있을법"한 근미래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긍정적이다. 또 주제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은 본인들과 거리감을 느끼겠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마주치게 될 환경과 인권, 소통 등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좋았다.

  독서 수업을 잘 해보고 싶은 욕심과 실천하지 못하는 게으름 사이에서 작품마다 이런 내용은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체의 딜레마'는 인권과 자유 의지, '반달을 살아도'는 환경 오염, '달 아래 세 사람'과 '달의 뒷면에서'는 가족의 사랑과 시간 여행, '외계에서 온 박씨'는 타인의 이해와 고전의 변주, '여름이, 옵니까?'는 동물권과 환경오염 등 큰 맥락의 주제들 말이다. 


  "이곳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우리가 떠나지 말아야 했던 곳, 지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반달을 살아도'였다.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왔을 때, 사실은 원점이 답이었다는 결론.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의 설정과도 비슷하고 홀로 남은 아이의 생존과 깨달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우리 학생들에게도 재미로 느껴질 듯 했다.


● 마무리하는 말

  근미래적인 시대 배경을 다루는 작품들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대기 오염과 전염병으로 인해 마스크와 방역이 필수인 시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대한 거부와 격리 같은 내용 말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온몸으로 느꼈던 우리 학생들이라면, 가장 공감되는 작품으로 표제작인 '항체의 딜레마'을 들고 독서 토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연애담처럼 느껴지는 '달 아래 세사람'을 고를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집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독서감상문을 써야할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소설집을 꿰뚫는 하나의 주제 의식 또는 소재에 대해서 찾아보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체의 딜레마>라면 앞서 말한 코로나19의 영향을 찾아보거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가 지속된다면 어떤 미래가 다가오게 될 지 우리 학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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