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신들의 전쟁과 인간들의 운명을 노래하다 주니어 클래식 16
장영란 지음 / 사계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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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영화 <트로이>는 내가 도전에 실패한 영화였다. 극장 상영 때는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고, 교사가 된 이후로는 야간 자율 학습 감독을 하면서 도전했다가 실패, 배우자와 함께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드문 드문 보게 된 장면들과 영화 소개 프로그램 등에서 영화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게 되었을 때, 아킬레우스가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 이야기라는 점이 내 배경지식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름의 상식선에서 알고 있던 점은 아킬레우스가 여신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영화 <트로이>에서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가 등장하지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는 어머니이자 동시에 여신인 테티스의 행보를 알 수 있었다. 
  테티스의 예에서 깨달았지만, 영화 <트로이>와 서사시 <일리아스>는 당연히 다르다는 것을 주지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트로이>는 트로이 전쟁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등장인물의 각색이나 역할이 차이가 난다는 점, 일리아스의 처음과 끝이 영화에는 다르게 반영되었다는 점. 즉 영화와 희곡이 실제 역사를 각색하여 나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지만 문학이나 역사에 무지한 부분이 많고, 특히 고대 그리스라는 시대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교육 철학이나 철학가에 대해 공부할 때 접한 얕은 상식이 전부였다. 그런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으며 저자의 서술에서 내 얕은 상식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리스의 신들을 인격을 지닌 인간적인 신으로 묘사한다거나 각자의 특기를 지녔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신들의 운명에는 죽음이 담기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름의 비뚤어진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 트로이 전쟁은 신들이 참가한 전쟁이지만 죽는 것은 인간뿐라는 점이다. 그들은 "불멸자"이기 때문이다. 진영의 승리를 위해서 인간을 도구화하는 것으로 비약해보자면 어디선가 익숙한 풍경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면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죽음을 알고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전쟁에 참여한다. 후대에 전승될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였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아킬레우스의 선택은 "비합리적"일 수 있으나 지금도 자신의 명예나 정의를 위해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으니 아킬레우스의 선택에 대해서 흠잡을 것이 있을까?


 책을 읽은 후

  저자의 팁을 통해 고대 그리스 인들의 삶과 문화, 세계에 대한 인식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다음 독서가 어떤 분야로 이어져야 할 지 계획하게 되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상호텍스트적 읽기를 실천하라면 <일리아스> 원전을 시작으로 <일리아스>에서 <오디세이아>로, 호메로스에서 소코클래스로, 또는 영역을 넓혀 그리스 로마신화나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충분히 이어질만큼 저자의 친절함이 좋았다.
  이 책으로 학생들과 독서 토론을 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참 보람되었다. 특히 저자가 설명해주는 <일리아스>의 처음과 끝이 갖춘 수미상관적인 구성에 대한 구절에서 문학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실제 원전을 보고 스스로 사고해보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하였다.
  한국인이자 동양인이며, 유교 문화권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나보다 더 넓은 식견을 넓힐 수 있다면 좋겠다. 고대 서양 문화의 중심지였던 그리스를 배경으로 고대인의 인식과 사상이나, <일리아스>를 흥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저자의 안내가 친절한 책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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