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책을 읽었다는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처럼 작가와 사람들은 오른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저는 왼쪽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때입니다.

작가는 망각에 대한 지혜를 선물하려고 하는데 저는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네요.

소수를 걸러주는 '에라토스테네스의 체' 처럼, 인간에게 필요한것은 망각이 아니라 제대로된 '기억의 체'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속삭이던 시간, 아들에 대한 추억, 존재, 전쟁의 고통, 평화를 이루려는 지난한 노력을 다 망각한채 무언지 모를 불안을 함께 할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기억을 보듬고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그 인간들의 역사를 책에서 영화를 통해 끝없이 재연하는 것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니까. 하며 책장을 덮었는데 말이지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판타지는 제가 읽던 판타지 소설과는 문법이 많이 달랐습니다. 선과악의 뚜렸한 대립, 거대한 신화적 서사, 영웅적 주인공의 모험. 가즈오의 책에는 무엇이 있던가요? 폐닭 같은 암용과 도깨비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안개만 뿜어대고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있었던 이 책의 강의을 곱씹어보고 있자니 나는 어디서 부터 잘못 읽은걸까 자꾸 되새겨 보게 됩니다. 오늘은 계속 책갈피 들을 들쳐보며 밤을 보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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