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문장 사이 - 단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은대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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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은대는 대한민국 1호 "출간 프로듀서"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 대표이자 작가, 강연가, 칼럼니스트,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글쓰기와 책 읽기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6년 5월 작가수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441호 작가 배출이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읽고 쓰는 삶"을 통해 삶을 치유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철학을 가지고 10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일상과 문장 사이>는 이은대 작가의 여섯 번째 신간으로 단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절실함으로 일상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모든 순간을 모조리 기록하겠다는 태도로 일상을 대할 때 찾아오는 감동을 알게 해준다. 자신의 경험에서 건져올린 삶의 철학을 눈물 한 줄, 행복 한 줄 겸손하게 문장으로 승화한다.

이전 저서들이 글쓰기와 독서법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일상과 문장 사이>는평소 작가가 글사랑 카페와 이은대 블로그에 매일 올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은 소중한 삶의 메시지들을 작가만의 유쾌한 시각으로 전달하는 에세이다. 이 책을 읽고 "읽고 쓰는 삶"으로 나아갈 용기를 품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을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쓰기, 글감은 뭔가 대단한 감동과 전율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게 한다. 단지 나의 일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하나만 바꿔도 내가 보내는 하루 하루가 감동의 순간으로 재해석되는 놀라운 연금술을 깨닫게 해준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촉을 세운다. 언제 어디에서 누굴 만나 무엇을 하든, 모조리 써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일상을 대한다. 쓰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자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토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던가!

이제 살 만해서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보기 시작한 후로 살 만해진 것인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글을 써도 내게 온 세상을 다 담지 못할지도 모른다.

밥도 쓰고 반찬도 쓰고 노트북도 쓰고 하늘도 쓰고 사람도 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모든 순간이 문장이다!

글감이라는 말에 부담을 가졌었다.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 사람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안겨줄 수 있는 경험, 엄청난 메시지...

그래서 쓰기 힘들었다. 쥐어짜야 했다. ...

나 이렇게 살고 있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글이 훨씬 매력 있다는 사실을,

신영복 선생의 책을 열 번 읽고서야 알았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 책 통째로 발췌하고 인용하고 싶을 정도로 줄을 긋고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그중에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나눈다.

그릇을 준비하라는 말은 생각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생각을 하면서 큰 현실을 만들 수는 없다. 부족하고 모자란 현실에서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놓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음을 당연한다는 듯 인정하는 거다. 자만이나 고집과는 다르다. 풍요로운 삶에 감사하고, 술술 풀리는 일에 만족하고, 주어진 삶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매 순간 온몸으로 느낀다.

p.28 그릇이 먼저 중에서


'난 글쓰기에 재능이 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책을 쓸 수 없다. 가능성 제로다. '작가의 삶을 누릴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볼 것도 없이 작가가 된다. 그릇을 키운다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일부터 비롯된다.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는가? 가족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인류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키우고 가슴 속 깊이 신념과 확신을 품어야 한다.

쓰면서 알았다. 실수와 실패는 오롯이 내 탓이었고, 길 잘못 들어선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음을. 분노와 원망은 삶을 되돌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세상과 사람들에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유심히 보았고 귀 기울여 들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냥 보면 못마땅했던 것들이 쓰려고 보니까 참한 글감이 되었다. 그냥 들으면 잡소리에 불과했던 소음이 쓰려고 들으니까 청명한 울림이 되었다. 삶은 넓어졌고, 보고 들은 것들은 점점 많아졌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꾸기기 시작했다. 잘 쓰고 멋지게 쓴 글보다 진실하게 적은 글에 더 마음이 갔다. 나도 비슷한 글을 써야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잘 쓰겠다는 욕심 내려 놓고, 멋있게 쓰고 싶다는 집착 버릴 수 있었다. 꾸준한 독서는 팔리는 작가가 되어 돈 벌겠다는 허황된 꿈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p.53~54 <쓸 때마다 겸손하게 중에서>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멋있게 쓰고 싶다는 집착을 버리고, 문장이 투박하고 구성이 엉성하더라도 진실함을 담은 글을 쓰겠다는 의도를 가져야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감정 표현을 줄이고 사실을 서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다. 잘 했다 잘못했다 나누지 않고 극저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한다. 세상을 정답과 오답으로만 보는 습관이 삶을 힘겹게 만든다. 무수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하면 오늘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귀하게 여겨진다.


p. 85

인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조금만 천천히,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과에만 연연하며 연습과 훈련을 게을리 하고,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망하고 좌절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리 꼬이는 거냐고 외부를 향해 핑계와 변명을 던진다.

다가올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할 것인지. 무엇에 집중하고 연습하고 훈련할 것인지. 오직 그것뿐이다. 장밋빛 내일을 그려보는 달콤함도 꽤 매력 있지만, 그냥 오늘을 내 손으로 만들며 행복을 누리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삶의 태도 아니겠는가


p.119

무슨 일이든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습성이 있다. 그때 잠시 멈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에픽테투스는 충고한다.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의 여유가 내게도 필요하다.

두 가지를 전하고 싶었다.

질적 수준보다 절대량으로 승부하라는 것,

어떤 경험이든 이야기로 승화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

재고 따지는 습관, 그리고 두려움.

내 인생에서 두 가지가 사라졌다.

가볍다. 평온하다. 살맛이 난다

마치는 글 <인생과 스토리 중에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 보면 쿵푸의 비법은 따로 없다. 비법은 결국 자기 자신, 자신의 성격, 유전자, 노력, 본능, 경험, 고민, 번뇌, 즐거움 희망이라고 말한다. <일상과 문장 사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를 전한다. 글쓰기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닥치고 써라! 이것만이 진리이다. 쓰는만큼 깨닫게 되고, 보게 되고, 알게 된다. 글쓰기는 쉽고 담담하게 내가 경험한 것을 독자에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행위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누구도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은 없다. 서로 다른 경험에서 다른 스토리가 나온다. 나는 나만의 경험으로, 내가 겪은 일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다른 이들에게 의미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똑바로 볼 수 있는 힘은 관심과 정성에서 비롯된다.

눈과 귀를 현혹하는 온갖 정보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중심 잡지 않으면 휩쓸린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지 못한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매 순간 치밀어 오르지만,

눈과 귀를 잠시 떼어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주변으로 돌아보는 여유와 지혜를 잊어서는 안 된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이 책을 읽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줄었다. 써보고 싶어졌다. 일상에 순간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냥 흘려보냈던 순간들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과거란 재 속에 덮혀있던 나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도 다시 되살아 났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귀중함도 느껴진다. 급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도태된다고 느껴질 때, 자존감을 되살리고 싶을 때, 삶에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 목책모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서평단에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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