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형제 이야기 - 위대한 현대 조각가
얀 그린버그.샌드라 조던 지음, 해들리 후퍼 그림, 김영옥 옮김 / 봄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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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었지만 하나의 삶을 살았던 예술 형제의 기적 같은 이야기

 

 

작년까지는 아이와 함께 최소 한 달에 1~2번은 미술관 나들이를 다녔는데 올해는 3월 이후 미술관을 거의 가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현대 조각가 자코메디 형제 이야기를 읽게 되었어요.

 

스위스의 스탐파 마을에 한 살 터울로 알베르토와 디에고 형제가 살았답니다. 둘은 서로 너무나 달랐답니다.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형인 알베르토는 예술에 재능이 많았고 동생인 디에고는 학교나 책에 흥미가 없었고 여우나 수달, 사슴을 관찰하려고 온 산과 들판을 헤집고 다녔답니다. 알베르토가 꿈꾸는 사람이라면 디에고는 행동하는 사람이었어요. 디에고는 알베르토를 우러러보았고 번번이 그가 해야 할 번거로운 일들을 대신해 주었답니다.

 

 

알베르토는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활동했어요. 초현실주의자들은 삶이 아닌 상상에서 예술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알베르토도 그들의 생각을 담아 조각품을 빚어냈어요. 한편 디에고는 여기저기에서 사고를 치고 다녔어요. 어머니는 디에고에게 파리에 가서 알베르토를 도와주라고 했지요. 알베르토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과 초현실주의는 충돌하고 있었어요. 화실 의자에 앉아 눈에 보이는 것을 재창조하려고 했어요. 알베르토는 사물을 보는 방식이 남들과 달랐어요.

 

 

p. 23

알베르토가 말했어요,

"예술가에게는 사람의 얼굴 하나가 일생을 채울 소재일 수 있습니다."

디에고는 인내심 있게 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자세를 취해 주었어요.

알베르토는 똑같은 흉상을 만들기 위해 고집스럽게 회반죽을 반죽하고 깎고 다듬어 아주 작게 조각하거나 부서트렸어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알베르토는 다시 파리 화실로 돌아와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해골처럼 앙상하고 외로워 보이는 알베르토의 조각상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었어요. 전쟁이 몰고 온 폐허를 딛고 용감하게 일어선 이들이었지요.

 

 

뉴욕에서 알베르트의 전시회는 대성공이었어요. 알베르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아낌없이 도와줬던 디에고 덕분이랍니다. 성공과 함께 명예와 돈이 따라왔지만 알베르토는 돈을 침대 아래 숨겨 두었어요.

"예술가는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야 해."

디에고도 알베르토의 화실 옆에 자신의 작업실을 얻어 조각품을 만들었어요. 디에고는 자신의 작품 활동보다는 형의 작품 활동을 돕기 위해 더 애를 썼답니다.

 

 

위대한 현대 조각가 자코메디의 형제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었답니다. 형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동생 디에고. 그런 디에고가 있었기에 알베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형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좋았고요. 다른 사람들은 거부하지만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굳건하게 지키고 끝까지 이루어낸 알베르트가 멋집니다. 알베르트의 그림도 수록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을 보며 고흐와 동생 테오가 떠오르더라고요.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 원래 조각상을 수록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 조각가 자코메티 형제를 알 수 있는 귀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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