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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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나에게 추억? 애증의 책이다. 초등학교때 엄마가 사주신 전집 중 한권이었다. 6학년때 학교에 가지고 가서 읽던 중 우리반 반장녀석이 빌려달라고 한다. 알겠다고...하고 빌려줬다. 그런데 돌려받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먼나라이웃나라 책 한권도 돌려받지 못했다. 벌써 20년이 넘은 일인데 가끔 열하일기 그 책이 잠깐잠깐 떠오르면 짜증이 확~날때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 애증이 책이다. 그런데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 일기>의 아동편을 만나 읽게 되니 나의 한이 조금 풀리는 듯하다.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박지원의 열하 일기의 시작은 압록강을 넘을 때부터 시작하지만 장복이가 쓴 여행기는 한양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원작에 충실히 따르면서도 박지원의 하인 열세살 소년 장복이의 관점으로 재구성하였다. 또한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복원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상세한 내용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졌다고 작가가 미리 일러두기를 통해 알려준다.

 소년 장복이는 열 세살이다. 장복이 아버지가 앓아누으셨다. 아버지는 뚱선비를 모시고 연경으로 떠나야 하는데, 이미 쌀 다섯 섬을 받았기에 연경에 못가면 싸을 돌려줘야 한다. 그럼 식구는 굶어 죽는다. 장복이는 마음 먹었다. 자신이 아버지 일을 대신 하는 것이다. 뚱선비는 박지원이다. 뚱선비는 처음에 장복이를 보고 너무 어린 아이가 와서 돌려 보내려 했다. 말고삐를 잡고 가는 창대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다.  5월 25일 장복이는 이렇게 해서 한양을 출발하였다.

 

​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책 내용 중 첫 번째 그림이다. 풍속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옥재 작가 그림이라고 한다. 많은 그림이 아니지만 책 중간중간에 그림을 보니 그 당시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김종광 작가의 글과 더불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사신단은 수 백명이 된다. 이 중 각자 신분과 역할에 따라 밥이 차등 지급되었다. 그런데 같은 상놈들 중에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어린 장복이 앞에 새치기를 계속 하였다. 장유유서도 모르냐면서 장복이가 어른이 되어 가지고 새치니나 하고 그게 장유유서인지 되물었다. 그랬더니 대들었다며 때렸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저만치 나가 떨어져 밥 줄에서 밀려 밥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 사정을 들은 박지원은 쌀밥을 퍽퍽 퍼서 창대와 장복이 밥그릇에 채워줬다. 장복이는 괴짜 양반이라고 표현했지만 박지원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뚱선비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나보다. 역관 학생 조수삼이라는 사람이 인사차 찾아왔다. 장복이는 자기보다 2살 많은 조수삼에게 용기내어 물어본다. 혹시 언문(그 당시 훈민정음을 속되게 불렀음)을 아는지를...그리고 물었다.  " 종놈도 언문을 배울 수 있을까요?"라고.. 수삼은 종놈이지만 언문뿐만 아니라 한자까지 배워 훌륭한 글을 쓰신 분들이 여럿있다고 말해준다. 여기서 마음에 새겨도 좋은 대답을 해주었다.

"뭘 배우려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돼." 너는 언문을 왜 배우고 싶은 건데?" 그렇다. 새해가 되자 이것저것 새로 배우거나 계획을 세운 것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간절한 마음과 왜!.에 자문자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장복이는 목적이 뚜렸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시장에서 이야기꾼은 다들 이야기책을 갖고 다니는데 언문을 배워 이야기책을 마음껏 읽어보고, 세상에 자기만 아는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장복이의 책에서 익숙한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서얼 백동수, 중인 김홍도, 일지매 등..작가는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을 두루 등장시켰고, 당시 풍속과 사회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박지원은 실학자이다. 책으로 꾸며진 이야기지만 그는 실제로 지체는 낮지만 무엇인가 매우 뛰어난 이들과 교류하며 기록하는 일을 끊이지 않았을 것 같다.

 

​장복이는 일하는 틈틈이 한글을 익혔다. 흥부와 놀부 책을 읽는데 완벽히 습득한 것이 아니라 더듬더듬 읽어 갔다. 그런데 자신도 재미가 없었는지 꼭 적혀 있는 그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때닫고, 자신의 말로 바꾸고, 보태고, 흥겹게 읽어 나갔다. 글을 읽게 되면서 빛을 바라게 된 것이다.

 

​차별 없는 시대가 언제쯤이나 올까? 조선시대는 더 심했을 것이지만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이 이 그림 속 곤장 맞고 있는 아저씨를 보면서 더욱 안타깝다. 그림 속 상황은 의주에서 배를 타기 전 밀무역하는 사람들을 검사하는 내용인데 높은 양반들은 짐 보따리 풀어 보는 것으로 끝이었으나, 이불 속, 옷 속도 모잘라 옷을 벗게 하고 똥구멍까지 들여다 보았다고 한다.

중국에 들어선 박지원은 어느 한구석에도 빈틈 없고, 물건 한 개라도 허투루 굴려 놓은 것이 없고, 정갈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물건을 이롭게 쓸 줄 모르면,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 없는 깨달음도 얻었다. 오랑캐 나라이지만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옳은 말이다.

 

​박지원, 뚱선비는 굉장히 여유로운 사람으로 표현되었다. 그런데 중국에 들어서더나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하나라도 더 보려 애썼다고 되어 있다. 가장 부지런했고, 남들이 제대로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을 골똘히 살피며 다녔던 것 같다.

요동 천리 지역은 비를 맞으면 진반죽처럼 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무릎과 허리까지 빠져 죽을 수 있는 곳이었나보다. 그래서 요동 천리에 깐 것이 이 나무다리라고 하는데 사흘간  걸어 온 거리 200리(약80킬로미터)에 걸쳐 깔려 있었고, 양쪽을 칼로 잘라 놓은 듯이 똑바르게 깔려 있었다고 한다. 이 다리가 없었을때는 요동 천리 사람 뿐 아니라 사신단이 중국에 어떻게 갔을지 상상만으로도 안타깝고 아찔하다.

 

​어느 고을 거리를 지날 때 갑자기 요란스러운 풍악이 울려 호기심 많은 뚱선비는 그 집 대문으로 다가갔다. 익히 책을 통해 상갓집에서 울리는 풍악 소리를 알고 있었기에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고 하던 찰라 상주가 뛰어 나와 맞이하였다. 다행히 마두 이동이라는 사람이 이 집 어른과 아는 사이였기에 어떻게 조문하는지 물어봤다.

 

 한 사람이라도 더 문상을 하면 죽은 사람도 좋아할 것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상주의 손목을 잡고서 '너의 어른이 하늘로 가셨다지'라는 중국어를 배우고 들어갔다. 우리나라과 같이 부조도 있고, 잠깐 있다 가면 상주의 마음이 언잖은 것도 듣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나라, 조선의 장례 풍습이 중국의 장례 풍습을 본답은 것이기에 비슷한 것이다.

사극을 보면 우리나라도 수레가 있었다. 그런데 바퀴가 온전히 둥글지 않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 태반인데 그나마 이것도 한양에서나 구경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고 하니 중국은 당시에 용도에 맞는 수레가 있었다하니 놀랄 수 밖에 없다.


뚱선비와 창대, 장복이는 8월 1일 연경에 도착하였다. 연경 포구에 십만척의 배가 모여 있었고, 영통교라는 돌다리를 건너는데 다 건너는 데 한 시간은 걸릴 만큼 길었다하니 참으로 대단하다. 연경에 도착한 장복이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나그넷길 동안 자신의 머릿속이 얼마나 알차졌는지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장복이 관점에서 본 열하 일기는 정말 새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건 이 책에 나온 사건이나 주제를 선택하여 아이들과 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 보면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겠다라고.

 
어른은 열하 일기를 읽고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에 나온 일련의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역사적 사실들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장복이 덕분에 청나라 여행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좋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 5기 미션 완료.
샘터 출판사에서 샘터 물방울 서평단으로 활동하기에 책을 제공 받아 읽고.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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