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서머싯 몸--<달과 6펜스>로 유명한 서머싯 몸님의 3대 작품으로 알려진 이 책은 1920-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전작이 좋아서 구해두었는데 이제 읽어 보았다. 괜찮은 작가와 시리즈가 있으면 일단 모아두고 보는데 다른 책을 보느라 읽는 데는 한참이 걸린다. 강준만님이 쓴 <미국사 산책>를 굉장히 천천히 아껴보고 있다. 한국사와 진도를 맞춰서 보는 의미도 있고 거기 나오는 문학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나가니 시간이 걸린다. 역사와 문학의 만남은 감동이 배가 된다. <면도날>은 미국사에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시대적 배경이 나와 관심 있게 읽었는데 수확은 역사적인 배경 말고 다른 곳에 있었다.-화자인 나는 서머싯 몸이다. 일반적인 소설에서 나로 등장하는 인물에 비해 설명이 굉장히 자세히 나온다. 자신이 이 글을 왜 쓰는지 어떻게 쓸 건지에 대한 내용이다. 작가가 직접 경험했으나 각색이 되었다는 말이다. 래리, 엘리엇, 이사벨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주변 인물 몇몇이 나온다. 래리는 주인공인데 1차 세계대전 때 동료의 죽음을 보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인물이다. 엘리엇은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고 이사벨은 아닌척하지만 그런 인물로 나온다. 책을 읽어보면 <달과 6펜스>가 생각난다. 래리가 달 쪽인데 만능 캐릭터로 나온다. 전작의 주인공보다는 마음의 불편함이 덜하다. 이사벨과 맺어지고 나서 여행 떠나고 했으면 좀 그랬을 텐데.. 이사벨도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났으니 피해는 아무에게도 주지 않아서 그렇다.-초반에는 래리, 엘리엇, 이사벨에 대한 상황 설명이 나오는데 이때는 역사적 배경이나 그 시대의 상류층의 생활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역사적 배경은 미국이 한창 잘 나갈 때로 p118-119에 그들의 자신감이 잘 나와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나라다. 미국인은 일과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후 대공황도 간단하게 나온다. 엘리엇의 상류층 생활과 지위를 유지하려는 욕심은 전반에 걸쳐 분량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나오는데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이해가 된다. 이분은 밉지만은 않게 나오는데 이사벨은 초반에 래리를 기다리는 설정에 비해 끝으로 가면 갈수록 밑바닥을 드러내는데 충격이 상당하다.-세 사람 말고도 주변 인물도 의미 있게 그려지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은 6장이다. 6장은 작가가 밝힌 대로 안 읽고 넘어가도 이해는 되지만 이 책의 집필 동기가 된 부분이다.래리가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다. 종교와 철학이 결합되어 내용이 어렵지만 살아가면서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읽으면서 철학 책보다도 이해가 잘 되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특정 종교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만 섭 이견 없이 읽어보면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수도원에 가서 신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악은 왜 창조되었을까? 신이 악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악을 없애려고 정복할 수 있다고 신을 믿게 된다. 정복할 수 없다면 신을 왜 믿을까.. 여기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기에 수도원을 나온다.인도에 갔다. p. 444 실재라고 하는 것을 브라만이라고 부른다. 존재하지 않지만 모든 곳에 있고 만물에 내재되어 있자만 만물이 의존하는 대상. 중략. 유한하면서 무한한 존재 완벽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원하죠. 그것은 진리이자 자유입니다.p.451 이기심, 정욕, 관능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평정과 억제, 금욕, 단념을 추구하며 정신을 다잡고 자유를 열렬히 열망하면 해방을 얻을 수 있다.이기심이나 욕망은 영원한 게 아니니 줄여야 한다. 그런데 p.459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을 원하는 건 어리석다. 존재할 때 그 안에서 기쁨을 취하지 않는 건 더 어리석다.영원을 바라는 것도 욕망이나 현재의 작은 일들에 행복해하며 욕심을 줄이면 자유를 얻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작가가 래리에게 악에 대한 묻는다. 래리는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도 악과 결합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상 양면이 있다는 것일까..래리도 정확하게 답은 얻지 못했고 대답도 할 수 없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 저마다의 답을 찾아 행동할 뿐이다.-래리의 여행 후 미국에서의 모습이 궁금하긴 했지만 결말이 나쁘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대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원하는 결말을 얻었다.-p.464. 저는 인간이 세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이상은 자기완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