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가 밝혀낸 악의 근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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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 본성에 대해 늘 궁금했었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알고 싶었고, 미덕을 행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악덕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엇이 그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유인하는지는 잘 몰랐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바른생활 과목과 도덕 과목을 거치고 여러 또래들과 선생님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그 사회의 규율을 체득하고 해서는 안 될 행동과 하면 좋은 행동은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었다. 또한 선한 영향력을 믿고 실천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덕분인지 나는 세상에 선한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믿고 행동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길가에 쓰레기를 아무곳에다 던져 버리고, 장난친다고 친구들이 싫어하는데 괴롭힌 적도 많았던 것 같다. 나쁜짓을 같이 하자고 말하는 친구의 꼬드김에 속아넘어갔던 적도 많았다. 이러한 경험에서 비춰볼때 과연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인간에게 잘 맞는 것인지, 어떤 유인으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성선설이나 성악설이나 다 맞는 얘기같이 들렸다. 또 2차 세계대전에서의 나치의 만행,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만행등등 전쟁 범죄와 같이 자행된 그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던 과거에 비하여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그 유전자가 이어져왔을진데, 그러한 본성이 없어졌을리는 만무하고 그런 것들이 사실은 사람들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떤 무언가 동기와 요인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왔다. 즉 우리 인간은 잠재적으로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악덕으로 행동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전쟁 상황도 아니고 과거에 비하면 훨씬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방식과 체제에서 생활하고 안전을 보장받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볼때 평화로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알고 있다. 이는 분명 인간에 내재된 그 무엇이 악덕으로 발현될 수 있으며, 지금 그렇게 악덕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실상 그러한 환경에 놓이면 어쩔 수 없이 악이 발현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악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수 많은 법원과 감옥을 오가며 연구를 하고 면담을 했다.

만약 나와 동일한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 나와 동일한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 동일한 책, 동일한 음악, 동일한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비인간적으로 변하고 동시대인들이 결코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그런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신은 어디서 얻겠는가? 이 대목에서 아, 결국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구나를 생각했다. 악의 얼굴은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으며 어느 정도 바뀔 수는 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N번방 사건, 성착취 사건, 지인에 의해 발생된 성폭행, 유괴, 아동 학대 등등 뉴스를 통해 연일 악의 모습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악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책이다. 수 많은 사례들을 수록하여 악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많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조심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또 내가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도 악에 대해 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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