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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의로운 민족 - 한중 관계 600년사_하버드대 라이샤워 강연 ㅣ 너머의 역사담론 9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옥창준 옮김 / 너머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너머북스는 여러 훌륭한 번역 역사서 출간을 통하여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이따금 대체 편집이라는 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의심할 수준의 너무나 아쉬운 번역물도 버젓이 내놓는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김자현 선생 저작의 번역만큼 망작은 아니더라도, 이 책의 번역 수준 역시 놀라울 정도이다. 일일이 언급하기는 그렇고,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원문 83페이지에서는 독립협회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Some wanted to break the bonds with Chinese Confucianism altogether and forget "the boasted classics which have striven for three thousand years to elevate Korea [but] have only plunged her deeper and deeper into the mire"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 책 100면에서는 이를, 일부는 중국 유교와의 연계를 완전히 끊길 원했으며 "3000년 동안 조선을 드높이기 위해 애써온 자랑스러운 고전이 조선을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라는 사실을 잊고 싶어했다,라고 옮기고 있다. 원문에 따르면 그들이 잊고 싶어 했던 것은 조선을 수렁에 빠뜨린 고전classics인데, 번역문에 따르면 그 고전이 조선을 수렁에 빠뜨렸다는 사실이 되어, 의미가 거의 정반대이다. 일단 오역 여부를 떠나, 편집자가 번역본을 제대로 한번 읽기라도 했다면,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라는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런 식으로 정반대 의미로 번역한 부분도 많고, 적당히 얼버무린 부분도 꽤 많다. 실수였겠으나, 한 단락을 통째로 빼먹은 부분도 보이고. 한국어판을 위하여, 비록 짧지만, 별도의 서문까지 쓴 원저자에게도 미안한 일이지만, 200여 페이지의 비교적 얇은 번역본을 2만원이나 주고 구매한 독자들에게 너무 지나친 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