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고지마 미유>⠀무연사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없는 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심심치 않게 뉴스에 한 번씩 보도되는 쓸쓸히 혼자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그리고 이 사실은 시간이 많이 경과한 뒤, 시체가 부패한 후에야 비로소 타인의 신고로 발견된다. 인생은 언젠가는 혼자가 될 운명. 곁에 누가 있어도 결국에는 어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거니깐...⠀일본은 연간 3만명이 고독사한다던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점점 고독사가 늘어간다는 안타까운 소식.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가 심해져 30년 후에는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0명 중 4명이 된다는 아주 비관적인 소식.⠀유품 정리와 특수 청소 일을 하며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 세트로 만드는 저자의 발상이 매우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외롭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기 충분하지 않은가?⠀(p.59)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정성을 다해 현장의 유품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이다. 고인의 육체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해도 유족의 마음속에는 분명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있을 터. 그래서 즐거웠던 날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사진 등을 찾아 건넨다. 그리고 또 하나, 그 현장을 미니어처로 재현한다. 나의 미니어처를 보고 충격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히트 쇼크로 욕조에서 사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현실을 알아야만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인문학 도서 중에서 종교와 철학 그리고 법을 엮어서 깊이 있게 저술한 책이 그리 많지가 않다.특히 이 책은 세 개 이상의 복수 주제를 가졌는데, 그 주제마다 가지고 있는 모호함과 연관성에 대해 저자는 독자가 알기 쉽게 친절히 설명해 준다.신과 인간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올바른 공동체의 선과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토대로 법에 대해 탐구한다.책의 제목과 부제만 얼핏 보면 이 책은 기독교와 법, 두 가지로 국한된 주제의 책이 아닐까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이 책은 거대한 인문서적이다.저자가 책 서문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정의를 실현하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 정의에 대해 알려면 기본적으로 철학은 물론이고 정치, 윤리, 신학, 역사에 대해 알아야 된다고 했다.그래서인지 이 책은 꼭 어느 한 분야에 속해있는 인문서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통의 지식서란 느낌을 받았다.천정호 판사가 원하는 세상은 기독교 정신과 법과 제도를 뛰어 넘는 그 무엇인가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사회의 정의 실현을 위한 정의로운 성품, 즉 인간성 회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