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에서 데이비드 실즈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가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데려다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것이 되어가고 있다.-아빠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인것 같다

새벽에 기차역에 도착하면 짐을 보관함에 넣고 밤까지 그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차를 타고 적당히 먼 거리의 다른 도시로 떠나는, 그리고 그걸 반복하는 고된 여행이었다. 그래도 기차는 거의 대부분 정시에 운행되었고 여행은 대체로 내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다. 매순간 내가 내삶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녀석들은 반려가 아니라 여행자에 가깝다.긴 여행을 하다보면 짧은 구간들을 함께하는 동행이 생긴다. 며칠 동안 함께 움직이다가 어떤 이는 먼저 떠나고, 어떤 이는 방향이 달라 다른 길로 간다. 때로는 내가 먼저 귀국하기도 한다. 그렇게 헤어져 영영 안 만나게 되는 이도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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