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존재들은 일 년에 100기가 톤의 탄소를 고정하고 있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통해 포도당을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기가톤이라니,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위이다. 하지만 인간은 푸르른 존재들을 베어 내고 이 땅에서 몰아내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방법으로 방점을 찍은 것 또한 탄소와 같이 아주 작은 원소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3억 년 된 원소. 검은 물. 모두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마이크로의 세계에서 조명하기에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늘 거시의 세상을 바라보던 우리가 미시를 통해 더욱 거대한 존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주 속의 거대한 원리와 진리를 마주한 것이다. 여기에 글 중간중간 전하는 작가의 따스한 철학, 인류를 위한 한 마디.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이더라도 책에 매료되어 단숨에 독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논리와 이성만을 추구할 것 같은 과학이 때로는 문학 작품보다 더 큰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지 않은 시점으로 바라보게 하고, 아예 익숙하지 않은 존재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함으로써 그것을 가능케 한다. 그렇기에 가끔씩은 과학에 담긴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새침데기 아이가 갑자기 건네준 사탕에 마음은 더욱 따스하게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다.
눈에 보이는 않는 세계를 통해 거대한 우주의 진리를 마주하는 순간,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궁리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