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피파 맘그렌 지음, 조성숙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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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래 위에 세워진 경제는 그 유명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간의 도덕과 이성을 믿고 자본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던 미국은 경제학 교과서에 영원히 기록될 '서브 프라임 사태'와 함께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너졌다. 가지고 있던 자산은 종잇조각이 되었고 사회 전체가 침몰했다. 모두가 돈을 잃던 시기,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돈을 버는 자는 있는 법이다. 미국을 오늘날의 패권국으로 만든 2차 세계대전이나 IT 버블 붕괴를 예상한 자들이 그러했다. 혼란 속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이들, 그들을 국가나 조직과 같은 거대 집단으로 규정짓지 않더라도 분명 영리한 개인이 존재했다. 그들은 모두 '시그널'을 읽는 자들이다.


<시그널>은 두 명의 미국 대통령을 모셨던 경제 전문가인 피파 맘그렌이 경제 세계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오류에 빠진 이들에게 전하는 '시그널'이다. 광신도들이 숭배 대상에 빠져 모두가 같은 의견을 낼 때, 자신만의 주관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단순히 세상을 보는 특별한 관점으로는 부족하다. '짖지 않는 개', '부동산 시장의 광기'와 같은 시그널을 읽고 자신만의 행동 수칙을 마련할 수 있는 용기는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실제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예측하고 1년 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인물들, 또는 시장에서 빠져나올 것을 권유한 인물들은 비웃음을 사거나 해고당했다. '평범한' 세상은 신호를 읽지 못할뿐더러 신호를 읽는 자들을 경멸하며 비상식적으로 몰기 때문이다. 허나 용기 있는 자들이 으레 그렇듯 신호를 읽은 자들은 시장을 통제한다.


책은 '시그널'을 읽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추는 방법과 세상 속에 숨겨져 있던 수많은 시그널과 함께 시그널을 읽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격이라니? 경제라는 복잡계의 신호를 읽는데 인격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저자가 말하는 인격은 시그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용기와 지혜를 의미한다. 세상의 숱한 도전과 괄시에도 자신의 단단한 신념을 만드는 것. 신념에서 새어 나오는 과감한 결단과 오랜 지혜가 바로 '인격'인 것이다. 뚜렷한 자기 자신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시그널을 읽는 것은 '예언자'가 되는 방법에 불과하다.


저자는 스스로 '시그널'이라 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예시에 대해 시시콜콜하다고 말한다. 너무나 엉뚱하여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외딴 신호. 시그널을 실제로 무척이나 사소하고 산만하게 퍼져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서 시작된 공장의 이주는 필리핀의 길거리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명품 소비가 느는 것으로 우리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을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예측해볼 수 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이 크고 작은 신호일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현대인이 결정적인 시그널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경제학의 복잡한 원리에 다가서야 한다. 허나 저자는 복잡한 이론을 토대로 경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 심리, 사회 현상, 경제 원리 등 인간계만이 지닌 '역학'을 바탕으로 시그널을 깊이, 더욱 깊이 탐구한다.


경제 현상 속의 신호를 찾아 막대한 돈을 버는 것과는 별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대중'이라는 단어 속에 파묻혀 인간 사회와 시장에 휘둘리는 삶. 인생이라는 흥미로운 여정을 일순간에 완결시킬 수 있는 태도이다. 스스로 가치를 만들고, 오류투성이인 시장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며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것. 경제의 관점에서 세상을 읽고 우리 삶을 스스로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그널'의 진정한 힘이다.

놓칠 수 없는 단 하나의 신호, <시그널>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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