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경제 - 과거 위기와 저항을 통해 바라본 미래 경제 혁명
제이슨 솅커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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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은 신처럼 군림하던 왕에 반발하여 민중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인 이정표였다. 거의 200년 전에 발발한 격정적인 움직임은 오늘날까지도 혁명의 대명사로 불리며 '자유',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은 반백년 동안 가장 강력한 사회주의 집단을 가능케 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왕정파와 대립하며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던 세력들은 달리 말하면 당시의 체제에 강렬한 저항을 의식을 지닌 반란 세력이었다. 이처럼 '혁명' 또는 '반란'으로 기록된 시간들은 후대에 긍정적으로 평가 받든 부정적으로 낙인이 새겨지든 사회, 정치, 경제를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었다. '반란'이라는 단어에는 으레 독재자의 압제나 부패한 권력에 맞선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 같지만 실상은 반란에도 '경제'가 숨겨져 있다.

그 유명한 세계 곳곳의 혁명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기인하곤 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시대적이고 부패한 기득권만 유지했던 지배층은 서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 뒤에도 부정부패에 따른 식량, 급여 등의 비정상적인 순환이 있었음은 자명하다. 덕분에 '반란'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직 세계의 경제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정치 및 사회 구조가 불안정할 때나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 기득권에 반기를 들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오늘날에도 누군가는 반란을 꿈꾼다.

'반란'과 '경제'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단어 간의 조합이다. 아나키스트, 혁명, 테러, 내전 등의 정치사회적 시선으로 접근했던 '반란'에도 경제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였다. 외려 결국 군중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의 크고 작은 '경제'가 반란의 가장 중심에 존재했다. <반란의 경제>는 미래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많은 독자들을 유혹하는 재주가 있는 제이슨 솅커의 신작이다. '반란'의 역사를 통해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시민과 정부가 어떻게 행동하고, 서로 어떠한 역학관계를 형성했는지를 탐구한다. 독자는 프랑스 혁명부터 아이티 혁명, 쿠바와 이란에서의 혁명에 이르는 10여 개의 반란을 통해 침체된 경제 속에서 어김없이 거대한 혁명이 발발했음을 직감한다. '반란'을 통해 흥미롭게 서두를 연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침체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다가올 경제적 혁명을 조심스레 예측한다.

쉽고, 간결하고, 명확하다. 군더더기 없이 경제 침체로 말미암았던 세계의 반란과 혁명 사례를 조명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장황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주요 혁명사를 놓치게 만들었던 여타 책과 달리 우리 삶에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호밀로 만든 빵 한 조각이라도 입에 채워 넣을 수 있어야 군중은 살 수 있다. 미래를 꿈꿀 수 있다. 1800년대의 프랑스, 1910년대의 러시아, 19세기 말의 아이티는 빵 한 조각조차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처참한 시간을 보냈고 곧 혁명의 발원지가 되었다. 오늘날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MMT라 불리는 현대 통화 이론, 양적 완화, 금리 정책, 심각한 수준의 실업률, 코로나19, 산업의 극심한 침체라는 복합적인 경제 요소를 함께 설명한다. 하나같이 세계 경제를 어둡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어디선가 21세기판의 '혁명'이 꿈틀거리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 스스로가 말하듯 미래학자로서 미래의 이야기를 글로 확고히 쓰는 것은 무척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나름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전한다. '반란'을 통해 살펴본 경제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새로웠다. 2008 금융 위기보다도 무서운 파동을 만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과연 새로운 혁명의 도화선이 될까? 22세기의 역사 교과서에서 2020년대의 '혁명'을 논하게 된다면 바로 그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역사의 어느 편에 서야 할까. 과거의 '반란 속 경제'를 살펴볼 시간이다.

경제 침체가 쏘아 올린 대혁명의 시간들, <반란의 경제>였습니다.

* 본 리뷰는 리드리드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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