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4 : 세조·예종·성종 -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 조선왕조실록 4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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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00년 조선 땅을 거쳐간 선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조선은 결국 왕의 나라였다. 서른 명이 채 안 되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낱낱이 기록되어 오래도록 세상에 남았고 결국 빛나는 유산이 되었다. 왕이 행하는 길에 우연히도 함께 머물렀던 백성의 말이 기록되고, 왕에게 충언을 전했던 신하의 말이 기록되고 왕에게 감언을 일삼았던 간신의 아첨이 기록됐다. 자칫 왕의 이야기로만 끝날까 두려웠던 그 이야기 속에는 실로 장구한 조선의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었고 후대의 사람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보지 않으면 겉모습만 살피기에도 부족한 거울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선 왕가의 이야기는 실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 교과서에 실린 조선의 경제, 문화, 정치, 사회는 500년의 역사를 단 몇 가지로 압축하고 압축한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역사 교과서를 편찬하는 학자들의 정치적인 성향과 정부의 역사관, 정책이 개입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 책은 너무나 많은 뒷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길더라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역사의 이면을 파고들어야 한다. 자칫 힘겨울 수 있는 그 노력이 독자들에게 더없는 울림을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4>는 대담하고 논쟁적인 이야기로 출간될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놓인 이덕일 교수의 조선왕조실록 그 네 번째 이야기이다. 세조, 예종, 성종이라는 3명의 왕을 몇 세기 후의 현실 속으로 적나라하게 등장시켜 펼쳐놓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충격적이다. 우리가 전해 듣고 주워듣고 심지어 공부하며 들었던 수많은 역사가 할리우드 영화 수준으로 편집되고 각색된 '예쁜' 이야기임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덕분에 역사에 대한 오랜 선입견으로 마음이 굳게 닫힌 사람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한 마리 맹수이자 권력 앞에서 스스로 짐승이 되어버린 세조는 야욕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게끔 만든다. 자신이 세종의 피를 물려받은 자임에도 왕위 앞에서 혈육도 인정도 명예마저도 집어삼킨 세조는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세종 이래 최고의 태평성대를 누렸던 성종 역시 의외의 모습을 사뭇 보여준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성종의 수많은 업적들이 세조의 공포 정치 아래 차곡차곡 진행되었던 계획들이 완성된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로이 용상에 앉아 수십 명의 대신들과 수십만의 백성들을 균형 있게 굽어살피는 것이 어찌 쉬웠으랴. 그 과정에서 완벽한 성군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몇 시에 잠을 자고 저녁에는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기록이 되는 왕의 역사였기에 3명의 왕이 전하는 이야기는 두툼하다. 하지만 더 탐하게 된다. 왕들의 야욕과 욕망, 정치, 평화가 모두 담겨 있는 조선왕조실록에 얼마나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지 탐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 학부 시절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조선왕조실록 관련 교양 수업 이후로 오랜만에 펼쳐든 조선의 역사이자, 조선 왕가의 이야기였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여전히 나를 비롯한 독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평범하고 수용 가능한 역사를 전해야 하는 교과서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었던 조선의 뒷이야기, 그곳에는 왕이 만들어낸 피와 눈물 그리고 환희가 있었다. 언젠가 되풀이되는 역사의 속성을 교훈 삼아 조선왕조실록의 진실을 파헤칠 시간이다.

왕이 만들어낸 피와 눈물, 그리고 환희, <조선왕조실록 : 4>였습니다.

* 본 리뷰는 다산초당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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