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전 - 곤도사가 다시 쓰는 박씨부인전
곤도사 지음 / 북랩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곤도사가 다시 쓴 박씨부인전 계화전을 읽고

 

우리의 고전 박씨부인전과 임경업전을 다시 쓴 작가가 있다. 곤도사라는 작가이다. 그냥 보면 도를 수양하는 도사로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을 들어보면 김정곤 곤도사의 애칭이라고 한다. 기독교 사역자였던 곤도사는 자신의 세상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전 작품인 아가페를 읽었을 때, 성경에서 흥미있는 소재들을 찾아내어서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훌륭한 필력을 갖고 있다고 느꼈었다. 성경에는 많은 민족과 언어와 나라와 세계가 나오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그의 이전 소설인 아가페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배경과 민족과 언어와 지명으로 변화된 새로운 성경적 배경을 만들어내어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게 바로 작가 곤도사가 가진 필력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읽기 어려운 글을 쉽게 읽게 해준다는 건 평범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도 그의 작가로서 역량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우리의 고전인 박씨부인전과 임경업전을 계화전으로 다시 쓴 것이다. 사실 읽기 전엔 박씨부인전도 임경업전도 모르는 내용인줄로 알았었다. 그런데 오해였음을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금방 알게 되었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였던 것이다. 쉽게 읽히는 문체와 표현력은 고전을 어렵게 만들었던 많은 요소들을 걷어낸 느낌이 들었다. 바쁜 일상 중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의 리메이크 버전이라니 신선하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게다가 고전의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그 형식과 의미를 그 시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서 읽기에도 어색하지 않고 새로운 형식과 의미를 담아낸 것도 좋았다. 그 전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작가로서 가진 곤도사의 뛰어난 점이 계화전에도 그대로 이어졌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계화전은 책의 두께가 두껍지 않고 내용이 쉽게 읽혀 금방 처음에서 끝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지만 분량과 상관없이 마치 3부작의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은 박씨부인전과 임경업전이 결합되었고, 그 결합의 지점에 바로 주인공 계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화는 두 고전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점이자 종착점이 되어준다. 계화는 고전 박씨부인전에서 등장하는 부인의 몸종이었다. 소설의 배경인 조선시대는 남녀의 분별과 신분의 고하가 분명하게 존재하던 시대였다. 왕과 왕을 떠받드는 양반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고, 여인과 몸종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던 그 시대를 뒤에서 움직였던 실제적 존재로서 계화가 실제하고 있었음을 소설은 이야기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박씨 부인으로만 전해지는 한 여인과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했던 몸종 계화는 어쩌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다른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특성상 옛 이야기에서 오늘날의 상황을 비교해 보게 하는데, 오늘날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당시의 이야기에서 국난의 극복에 대한 통쾌함과 동시에 민중의 좌절은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우리 사회의 무능한 정치와 간사한 간신이 만들어 가는 현 국정의 실태도 어느 정도 담겨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책에는 딱딱하게 굳은 밥알처럼 쉽게 씹어 삼키기 힘든 주제가 담겨있지만, 작가의 문장력은 주제적 불편함을 쉽게 넘어서게 만들어준다. 쉽게 읽히는 글이지만, 충분히 많은 것을 담은 그의 책은 독서의 즐거움을 기억하게 해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단권으로 나오다 보니 작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그 다음 장이 다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남지만, 마지막장의 마침표는 그 기대감을 배신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아마도 작가 곤도사는 나쁜 남자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다가 아니야. 넌 나의 다음 책을 찾아봐야 해.’ 라는 숨겨진 메세지를 책의 마지막장 마침표 뒤에 살짝 숨겨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화전을 통해 좋은 고전을 다시 만나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더 좋은 다음 작품을 쓰고 있을 작가를 응원하며 짧은 감상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