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어림잡아 '팔백만 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본의 신 문화는 워낙 유명하고 이를 다룬 작품들은 무척 많지만, 주로 신들이나 특이한 힘을 지닌 소년소녀가 주인공으로 내세워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 내용도 사악한 것을 퇴치하거나, 신과 인간의 사랑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 작품은 몇 안 되는 '신사를 지키는 신의 수하' 정도 되는 여우 '긴'과 대대로 한 명씩 나오는 '긴(신의 사자)'을 볼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내용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친구와의 오해 등의 문제를 툴툴대면서도 도와주는 등의 '긴'과 여자주인공 '사에키' 사이의 사랑보다는, 오래 같이 지냄으로써 생긴 유대감을 포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로맨스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없는 게 아닌 것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발매된 2권에서 확인해주세요  일본은 11권, 우리나라는 현재 총 4권까지 나왔습니다.

간간히 일본의 신사 문화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어 일본 문화 또한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즈음 했던 신작 기대평 이벤트 당첨 댓글을 인용해보았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은 여자주인공 사에키와 역시 사자의 옷인지를 입고 있는 여우 긴타로.

표지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딱 봐도 여우인 긴타로가 사에키에게 붙잡혀 지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출판사의 작품 설명입니다! 거친 말투에 의욕 제로인 신의 사자 긴타로와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의 마코토.

이 둘이 어떤 식으로 함께 지내고 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소개글이네요:)​

 

 

5월부터 우리나라 발매가 시작되어 현재는 4권(9월 30일)까지 발매되었습니다.

은여우 책의 표지는 재질이 다른 종이를 사용했는지 만져보고 놀랐습니다. 약간 오돌토돌?한 느낌인데,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자그마하지만 에도 때부터 오곡의 신을 모시는 신사로 우카노미타마님을 모시고 있는 사에키네.

현재 16세, 고교 2학년으로 짧은 머리스타일이나 표정에서 활기찬 성격이 느껴집니다. 

 

 

"얘(?)는 '권속님'. 한 마디로 신의 사자로 바쁘신 신을 대신해 이곳을 지켜주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내가 이 신사의 정당한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처음 보인 것은 엄마의 장례식 날이었다.

보통 신의 사자는 둘씩 짝을 이루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짝이 백 년쯤 전에 나가버렸다나 뭐라나."​

- 은여우 1권 사에키의 독백 중에서-

​이 여우는 긴타로로, 사에키의 엄마 '유코'의 장례식날 유치원에 갔나 싶을 정도의 어린 사에키 눈에 보이기 시작한 신의 사자입니다.

서슴없이 긴타로를 '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귤을 이용해서 살짝 부려먹는 모습도 보이지만

긴도 그 부림에 잘 어울려주는 듯 합니다. 그런데...​

"나 참, 우쭐거리지 마. 나는 네 도구도 뭣도 아니니까. 쳇. 어차피 미래가 뭔지 모두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그저 급할 때만 신에게 매달리지. 웃기지 말라고 해."​

- 은여우 1권 긴타로의 대사 중에서 -​

​무조건적으로 신이 보이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던 그동안의 사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견이 아주 확고한 여우입니다.

약간 차가운 말도 하지만 그게 모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이렇게 다소 트러블이 생기고, 결국 모진 말을 하고선 신사를 뛰쳐나가는 긴타로.​

 

 

"긴타로가 없어졌어! 나는 긴타로가 신의 사자라는 걸 잊고 있었어!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으니까!

지금까지 툭하면 억지 부리고, 멋대로 곤경에 빠뜨리고, 심한 말도 하고.

정말로 긴타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런 것도 전혀 몰랐어! 혹시… 내가 정신이 이상한 거고 긴타로는 처음부터…"

"너는 너한테만 긴타로 님이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 있니? (…중략…) 네 역할은 긴타로 님의 세계와 다리를 놓는 게 아닐까."

- 은여우 1권 사에키와 아빠의 대화 중에서 -

"쳇, 할 수 없지.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감귤이나 배터지게 먹게 해줘."​

- 은여우 1권 긴타로의 대사 중에서 -​

 ​

어찌어찌 화해는 해도 역시 가치관 차이로 또 싸우기도 합니다. 많은 세월을 살아와서 그럴까요?

어차피 자신이 운명을 바꾸는 일은 할 수 없으니 미래가 보여도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긴타로와는 달리

모르고 있을 때면 몰라도 자신이 알게 된 일은 나쁘게 되지 않게 작은 일부터 해나가려는 사에키입니다.​

 

 

"있잖아, 긴타로. 조금씩 하면 되지 않을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어떻게 하지 못한다 해도 내 스스로 납득하고 싶어. 그래야 좋은 일도 생기고 틀림없이 더 즐거울 거야."

- 은여우 1권 사에키의 대사 중에서 -

그렇게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에키에 역시나 긴타로도 말려들어주기도 하는,

약간은 무모하면서도 포근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켜봐왔고 또 지켜봐온 신사 가문 사람들의 후손인 사에키에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겠죠?

 

 

신의 사자가 보이는 다른 평범한 동갑들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살아갈 사에키.

약간은 가업과도 비슷한 신사 일을 어찌되었든 이어가야만 하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사에키를 다소 안쓰럽게 바라보는 긴타로.

그래도 다행히 사에키는 신사를 억지로 잇는다는 생각보다는 기특하게도

앞으로도 이 작은, 마을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마을을 지켜봐온,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신사를 지키고 싶어합니다.

앞서 작품 소개에서도 말했지만, 무언가를 퇴치하거나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마저 편안하고 포근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큰 힘이 됩니다.

​"우리 집은 어디에나 있는 작은 이나리 신사입니다. 근처로 이사를 오거든 꼭 한 번 들러보세요.

태평한 궁사인 아빠와 어쩌면 귀찮은 걸 싫어하고 조금은 입이 거친 여우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은여우 1권 사에키의 독백 중에서 -

​친구들과 함께 합장을 하며 사에키가 하는 생각인데 이 말이 이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 방향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사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발매될 예정일 테니, 현재는 고교 2학년이지만 곧 졸업에 가까워 진로를 정해야 하는 사에키나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다음 권의 내용이 기대됩니다. 이 작품은 계속 말씀드렸지만, 다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일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스펙타클한 전개를 원하시는 분들보다는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분들께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 리뷰글은 (주)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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