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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평점 :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나는 4주간의 보육교사 실습을 막 시작한 후였다. 내 애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른집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긴급보육이 시작된 터라 이 상황은 여러모로 좀 더 짠했다. 이 책을 받은 후 서문만 읽었다. 엄마의 히말라야 여행기. 가족과 딸을 두고 홀로 떠난 엄마의 이야기. 나를 찾는 이야기…… 실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어서 읽고 싶었기에. 눈물의 밤이 시작된 건, 실습이 끝난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출산과 육아가 시작된 후, 한 가지 마음속에 다짐한 것이 있다. “여자의 적이, 여자가 되지 말(게 하)자”는 것이다. 싱글이든 더블이든, 애가 있든 없든, 친정엄마든 시어머니든, 언니든 시누든 친구든 아무튼 여자의 적이 여자가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역설적으로, 여자의 적이 여자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내 상황이 골목 끝으로 내몰리자, 공교롭게 여자들이 적이 되었다. 실제로든, 말이든, 뭐든 그랬다.
출산과 육아가 진행되고 알았다. 모든 여자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상황과 환경, 조건이 다른 상태에서 모든 여자와 육아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를 읽으면서 여성, 출산, 육아에 관해 표현할 길 없던 내 심정을 비로소 언어로 만난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그러나 절절하게.
(책 중에서)
‘애 엄마’이면서 ‘애 엄마’처럼 보이지 말라는 압박
애나 잘 키우면서 애만 키우면 안 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하단 말인가
다른 이들에게 나의 비루함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엄마 정체성을 떨쳐보내겠다고 내 자식 생각을 애써 제치고 나선 길에서 정작 ‘엄마’를 찾고 있는 나라니
드러내지 않을수록 무지는 단단해진다.
기억하려 한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선의로 무장한 채 “최선을 다하라.”며 섣부른 말을 건네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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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며 불평불만 하지 말자고,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좀 더 의식 있는 엄마, 똑똑한 엄마가 되기는 희망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몸과 마음이 꼿꼿해지는 느낌이었다.
기자이자,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였던 저자답게 글엔 정보가 많고 단숨에 술술 읽히지만, 마음에는 가시지 않는 어떤 지점들이 새겨진다. 마치 트래킹 코스 주변 나무에 매달린 노란색 이정표처럼. 아마 이 모든 메시지가 히말라야 랑탕 트래킹 여행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여행 준비부터 끝까지, 네팔의 자연과 사람들을 보고 그리며 함께 트래킹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아, 맞아 그럴 것 같아. 그랬지, 나도 그렇지. 그래. 그래…. 아… 나도 걷고 싶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두 가지가 있다.
- 걸을 것.
- 검단산에 오를 것.
히말라야나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진 못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하남에 이사 와 2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검단산 등반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첫째를 등원시키고 30~40분을 걸었다. 실습 마치기 이틀 전 고장 났던 허리도 조금 나아진 느낌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희망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자고 다짐한다.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가 내게 준 힘이다. 저자 백운희, 구름여자, 나비가 내 마음속에 날아든 덕분이다.

엄마의 이름을 뗀 채 나를 소개하던 순간은 빈약했지만 얼얼했고, 가슴속이 간질거렸다. - P17
다른 이들에게 나의 비루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 P42
‘애 엄마‘를 향한 규정 자체가 차별적이고 폭력적이지만 ‘애 엄마‘이면서도 ‘애 엄마‘처럼 보이지 말라는 압박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 P61
드러내지 않을수록 무지는 단단해진다. - P118
그러자 그대가 말했네 길을 잃었을 때, 이제 다 그만하고 싶었을 때 같이 걸어보자고, 저기 불빛이 있다고 아직 끝이 아니라고, 더 갈 길이 있다고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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