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사랑을 남기고 - 김기현 목사의 사순절 가상칠언 묵상집
김기현 지음 / 두란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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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천당! 불신지옥!”

한국 기독교의 대속 교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지 않을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그저 단순히 나는 죄인이고, 예수 믿어야 천국 간다는 도식은 납득하지 못할 죄책감을 심어준다. 내가 죄인이라는 인식은 교리의 주입식 교육으로 납득되는 차원은 아닐 것이다. 철저한 자기 직면 속에서 이뤄지는 회심의 경험이 이뤄질 때 이것은 받아들여진다.

 

또한 이런 대속 교리로 말미암아 세상과 기독교를 가르는 이분법적 세계관이 굳건하게 되었다. 나는 예수 믿고 구원 방주에 올라탄 사람, 저들은 예수를 몰라 지옥 갈 사람이라는 인식하에 세상과 교회는 멀어지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개인주의와 합리주의 시대에 이런 대속 교리는 더욱더 받아들여지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예수의 십자가는 이런 단순한 교리 속에 갇혀 둘 것이 아니다. 깊고, 넓고, 풍성한 것들이 담겨 있다. 성육신한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신 그 놀라운 은혜가 어찌 단순히 표현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예수의 가상 칠언을 통해서 진정한 십자가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인 김기현 목사는 예수의 가상 칠언 이 연결된 의미임을 보여준다. 용서-낙원/안식-가정-관계-고통-의미-목적-죽음의 순으로의 의미를 하나의 실로 꿰고 있다. 하나하나가 귀하고 놀라운 말씀이지만 이것이 쭉 연결되어 다가올 때 더 큰 의미와 감동이 피부로 다가온다.

 

이런 순서를 다른 말로 하면 땅에서 하늘까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수는 십자가에서 땅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본다. 먼저 하늘을 보지 않았다. 징글징글한 땅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이 땅에서 낙원을 꿈꾸고 세워가고 관계 맺고 아픔을 이겨내며 결국 하늘을 바라보기를 희망하신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예수의 대속의 뜻이며, 가상 칠언에 나타난 진정한 소망이 아닐까? 예수의 유언과도 같은 일곱 말씀을 따라가면 땅이 하늘이요, 하늘이 땅인 세상을 기대하고 바라게 된다.

 

저자는 이것을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 고백의 언어로 이 책을 써 내려간다. 자신이 만나고 깨닫고 경험한 예수의 십자가를 고백한다. 그 속에 자신의 신학, 철학 등의 학문적 배경과 교회, 가족의 이야기도 녹여 낸다. 땅의 이야기를 통해 하늘을 소망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이 아프고, 한참 생각하다가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책 제목이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사순절의 시간 이 책과 함께 하길 천한다. 얇은 책이지만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천천히 매일매일 조심스레 십자가로 안내하는 이 책을 따라 가보자. 나도 모르게 예수께로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는 복이 독자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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