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의 도시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나는 솔직히 국가 체계라든지.. 정치라든지.. 그런 것들에 정말 크게 관심이 없고 정말 무지하다. 그래도 뭔가, 사회/정치에 관한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는 있어서 해당 분야 책들을 자주 둘러본다. 정치색이 섞인 책이 아닌 우리나라 기본 시스템을 다루는 책을 찾으면서.. 

그러다 마침 눈에 들어온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인터뷰(정확히는, 두 사람 사이의 토론) 형식으로 전개되는 책인데, 두 사람 중 한 분인 표창원 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시다. 솔직히 웹툰 <냄새를 보는 소녀>를 인상 깊게 봐서 프로파일러라는 말에 혹해서 이 책을 읽게된 감도 없잖아 있다..ㅎㅎ 

어쨌든, 책은 전반적인 범죄, 범죄 그 자체보다는 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체계와 사회(국민)의 반응 정도로 볼 수 있다. 제목의 '공범'은 실제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된다.  경찰부터 국과수까지, 범죄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과 일반적인 사람들의 의식, 국민의 반응(태도) 등을 다루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던 부분은 앞서 언급한 국과수와 경찰,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계를 엮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영화만 보더라도, 의로운 경찰을 보여주는 영화는 별로 없다. 혹 의로운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소수 개인인 경우가 많지, 정치 세력에 엮여 국가 기관이 별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베테랑>에서는 (부를 갖춘) 거대 세력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사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는 픽션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와 영 동떨어진 것이 아님은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됐든 범죄를 쫓는 또하나의 사람이 이런 민감 주제를 시원하게 지적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했고, 현역 종사자이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지배층은 머리가 나빠서, 지배 권력과 국민 신뢰 간의 균형을 잡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지배 권력을 압도적으로 키워 국가를 운영하려 하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불신 또한 커진다.' 라는 식의 인터뷰 내용이 책 속에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뭐가 문제인가?'에 대한 가장 명료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물론 책에서 정말 짧게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물론 내가 정치계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범죄를 잡기 위해서는 범죄를 쫓는 사람들의 체계가 단순 하드웨어(시스템, 체계)적으로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철학, 사상)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야한다는 책의 내용처럼, 보다 정의롭고 안전한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배명진.김명숙 지음 / 김영사 / 2013년 11월

'소리'라는 것에 생각하다보면 뭔가 신기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이 대표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이고, 분명 소리라는 점은 동일함에도 듣기 싫은 소리도 있다. 그리고 소리를 통해 어떤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이러한 특성을 게임이나 공연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소리는 정말 신비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단순한 음과 박자들이 어떻게 모이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꽤 재밌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을 읽게된 계기도 '소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목차로 보았을 때 실생활 속 '소리'에 대한 설명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가장 시선이 밟혔던 것은 '소리공학'이라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단순하게 인간을 위한(공학의 목적이 그러하듯) 소리, 소음 감쇄 등과 같은 정말 피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고 있어서 실망이 컸다. 전문적인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소리 공학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기술적으로) 어떻게 연구되었고, 현재 위치는 어떠하고, 활용되는 과학적 원리는 어떠한지 간단하게라도 제시될 줄 알았더니 정말 겉핥기 정도였다. 솔직히 국어 비문학 지문으로 이 내용을 다뤄도 이보다는 자세하게 기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좋게 말하면, 과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다(정말 이해의 노력조차 거의 요구되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책들의 전형적인 단점이 부각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여러분은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한 적이 있나요.

저는 어릴 적 친구를 잃기도 했고, 사람은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던 작년에는 평소 제가 좋아하던 저희 가족 구성원 중 한 분과 이별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부제 '유품정리사의 일'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세상을 떠난 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저는 의도치 않게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집에서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아마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없던 직종이었지만, 무작정 TV 속 방송을 보고 일본으로 건너가 이 일을 배운 글쓴이의 결심과 행동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울렸던 건 '고인이 살던 흔적, 고인의 흔적이 남은 물건과 집안 구석구석을 보다 보면 그 사람의 생전 생활이 보인다'라고 했던 글쓴이의 말입니다. 떠난 사람의 흔적을 정리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죽음으로 인한 슬픈 감정과 참담함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정리를 돕는 사람이기에 더욱이 이성을 갖고 정말 남겨놓아야할 것들을 제외하고는 미련 없이 처분해야한다는 점에서 참 맘고생이 심한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유가족만큼이나 고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안고, 흔적 하나하나를 눈에 새기는 모습에서 진심어린 유품정리사의 마음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직 저희 부모님께서 죽음에 정말 가까워졌다 할 연세는 아니시지만 평균 수명의 절반 이상은 살아오신 것도 맞고, 모든 주변인이 나이가 들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 책에 몰입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여태 읽은 책 중 제일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책입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전길남, 연결의 탄생

전길남, 연결의 탄생 - 한국 인터넷의 개척자 전길남 이야기
구본권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제 맘 한편엔 아직 컴퓨터공학 전공에 대한 꿈과 카이스트에 대한 미련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미련을 어쩌면 조금은 더 증폭시켜준ㅎㅎ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컴퓨터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도서이다 보니, 컴퓨터와 관련한 생소한 용어가 적잖게 등장하긴 하나 (저도 코딩 경험이 있을 뿐 컴퓨터에 대한 제대로된 지식은 없는지라 낯선 어휘가 꽤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식적인 도서라기보다는 자서전 느낌의 책이기 때문에, 마냥 컴퓨터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라 전길남 교수님께서 어떤 분이셨는지, 그의 유년 생활부터 하나의 취미인 등반 등까지 일대기를 다루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게 가장 인상깊던 것은, 전길남 교수님께서 '인터넷'과 시스템구조에 관한 한국의 개척자라는 것보다도,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파고들고,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뉴스에서 최근 컴퓨터 분야의 부상과 함께 교육계에서는 '코딩 조기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각종 사교육과 영재 교육이 판치는 나라입니다. 이런 교육들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성장한 수재들이 분명 있겠지만,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을 일부 사람들의 특혜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올바른 의도와 사명감을 갖고' 기술 연구에 임하는 전길남 교수의 태도는 우리나라 공학자가 지향해야할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상적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식적인 내용보다도, 그냥 편하게 교양 도서로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사실 저는 컴퓨터공학에 관한 지식을 기대하고 고른 책이었으나 자서전의 냄새가 나서 앞부분을 읽을 때 지루할까봐 기대가 확 식었는데, 막상 읽다보니 교수님의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게 읽혔고 전반적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AI와 우리 인간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지음, 노보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요즘 세상에 'AI'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기능이나 원리는 모르더라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모로 AI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너무 무거운 내용이 아닐 뿐더러, 내용 구성 흐름이 잘 자인 책이기 때문이다.

약 2부까지는 우리가 이런 류의 책에서 흔히 보게 되는, 기술의 용례와 동향 정도를 다루는지라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사실 나는 평소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 생각보다 훨씬 구글 사에서 인공지능 쪽으로 빠르게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3부의 내용이 대체로 재미있었다. AI의 부작용(허점)을 언급하는 내용은 대부분의 AI 책에서 크게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보통 다뤄봐야 현재 기술의 한계나 앞으로의 지향에 관한 것일 텐데, 이 책은 실제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들을 다루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특히 13장의 내용 (학습이 된 기계가 역으로 이미지를 생성해낸다는 것, 그리고 이 거짓 이미지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것)과 16장의 내용(인공지능을 이용한 정보 대전의 우려)이 사실 인공지능의 문제점이라고 하면 가장 흔히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지만,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책 자체는 두꺼워도 내용이 잘 구분되어 있는 편이고, 지나치게 깊은 내용을 다루는 것도 아니라서 교양 도서로 읽기 좋을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