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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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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에서부터 심오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런 독특한 느낌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다. 그래서일까, 막연하게 책을 받기 전 두꺼운 두께일 거라고 지레짐작을 했다. 그러나 받고 보니 사이즈도 작고 두께도 얇아서 당황스러웠다. '금방 다 읽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생각보다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 없었다. 페이지 하나에, 한 문장에 저자의 깊은 생각이 담겨 있어서 섣불리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저자가 지금까지 장애인으로서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과 자아성찰을 정리해서 힘겹게 글로 옮겨낸 작업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그렇다고 해서 내용 전체가 장애인의 삶을 쓴 것도 아니다. 꼭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누구나 반드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삶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왠만하면 책을 깔끔하게 보관하기 좋아해서, 글에 밑줄을 잘 긋지 않는다. 이 책은 신기하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밑줄 좍 긋고 싶은 문장이 가득했다. 내용 하나하나가 정말 다시 되새김질하게 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힘겨울 때가 있다. 나의 경우엔 듣지 못하기에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이 너무나 힘겹다. 그래서 필담이나 문자로 보는 것이 좋은데, 막상 사람들은 말로 소통하기를 좋아하고 나 한 사람을 위해 필담을 하는 것을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고집스레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한다. 요즘은 TV에서 자막이 나오도록 배려를 하지만, 이것도 따로 기계가 필요해서 돈이 많이 든다. 아직도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가면 오로지 귀로 들어야만 아는 정보가 많다. 그렇기에 청각장애인은 수많은 정보에서 소외된다. 정보를 알기 위해 남보다 더 열심히 인터넷이나 활자정보를 뒤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시간 소모와 체력 소모는 만만치 않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의 시도를 하는 것. 저자는 이것을 '즐거운 전투'로 부른다.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때론 너무도 힘겨울 수 있는 노역을 해내기 위해서는 힘과 원천이 필요하다. 바로 불꽃처럼 간직하고 있는 의지다. 때론 결핍은 하나의 원천이 될 수 있고 좀더 큰 행복을 향한 도약대가 될 수 있다. 가진 게 없기에,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활용하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것을 방해하는 것을 절망이라고 한다. 희망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인간의 유일성에 대하여- 이 페이지에서는 사회적 약자라면 더더욱 와닿는 내용일 것이다. 

사람들이 '장애인'이라 너무나 쉽게 빠른 판단을 하여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즉 한 사람, 개인을 그 어떤 말로 설명해도 부족하고 좀 더 깊이 알아도 모자란데, 겉모습만 보고 '이 사람은 장애인이니까 공부를 잘 못 할 거야' '이 사람은 불행한 삶을 살겠지' 라는 섣부른 예상을 해버린다.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저자조차도 '장애인=불행한 사람'이라는 확고하고 입증된, 반박할 수 없는 법칙이라 믿었다고 한다. 

  나 역시 청각장애인으로 살면서 이 법칙에 얼마나 얽매였던지. 문제는 이런 법칙이 희망과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라고 해도 믿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말로 그랬다. 물론 객관적으로 따지면 삶의 질은 몸이 불편하지 않은 게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인간을 저말로 한 단어에 한정할 수 있을까? 인간은 단어 하나로 쉽게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문장이어도, A4용지 1장에도 다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이란 그 존재가 복잡하고, 신비롭다. 그러나 선입견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워서 이를 다 덮어버린다. 이러한 겉치레 때문에 단순하고 편견 없는 접근이 어려워진다. 휠체어, 시각장애인용 흰지팡이. 오로지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것을 잘 다루는 장애인을 보려고 하는 시선이 없다. '불행함'의 단어의 영향이 커서 긍정적인 것마저 다 덮어버리기 때문일까? 

  나도 다른 장애인들을 그만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었다. 물론 그런 편견은 그들과 함께 같은 회사에서 일해보니 쉽게 깨졌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탄 사람도 평탄한 길만 있으면 어디든지 바퀴를 굴러 전혀 불편하지 않게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겼다. 다른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였다.어제 TV에 나온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때로는 사소한 싸움을 하기도 하고, 농담을 하며 웃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일반인의 생활과 별다를 바 없었다. 때때로 장애로 인한 불편함이 힘겨운 것이 얼굴에 보일 때가 있었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들에겐 단지 '결핍'일뿐 자신의 생활에 많은 것을 차지하진 않았다. 그들도 보통 사람과 같이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행복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고의로 심술궂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을 알고 보면 상처와 실패의 좌절이 있기에 심술궂게 된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사람이 당신을 몽둥이로 때렸다. 그럼 무엇을 원망해야 할까? 적어도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몽둥이가 아니다. 상처가 바로 죄인이다. 그래서 옛말에 관용하라는 권유가 많은 것일까? 

타인과의 교류가 때론 발전에 극심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남들의 놀림. 판단. 단죄를 받는 희생자가 될 수 있기에, 그래서 스스로를 가둬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피하다 보면 결국 누구를 사랑하는 눈마저 질끈 감아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때론 남에게 의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서는 나도 모르게 뜬금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철학적이고 함부로 옳다 나쁘다라고 단정짓지 않고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 자신과, 인간이라는 직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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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노베이션 -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는 유대인의 창조 DNA
윤종록 지음 / 크레듀하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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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그것은 무엇인가. 창의력, 그것은 무엇인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인지라 책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읽어보니 의외의 나라가 나타났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면 막연하게 유대인의 나라이며 한국보다 작으면서 전쟁이 많아 불안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라였다. 대개 잘 알려진 일본, 미국, 캐나다 등만 기억할 뿐이였지 이스라엘에 대해 제대로 알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유대인의 창의적인 업적들이 많이 나와주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이스라엘이란 나라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이지만 창의력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특허기술을 만들어내 전세계로 특허를 수출해 특허료만으로도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나라. 

그 말을 읽었을 때 꽤 놀라웠다. 흔히 유대인이 창의적인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괜히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교육열도 한국 못지 않지만, 그 교육역은 한국의 교육열과는 무척 달랐다. 공부를 시켜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다 '창의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특히 책에서 '후츠파'가 많이 강조되고 있다. 

1.형식파괴, 2.질문의 권리, 3.상상력과 섞임, 4.위험 감수 5. 목표 지향. 6.끈질김 7.실패로부터의 교훈 

유대인들이 쓰는 히브리어에는 존칭어가 없다고 한다. 유대인 아이들은 부모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보통이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마저 이름 대신 친근함을 더하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했을 때 존댓말을 안 쓴다는 미국의 영어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해 버렸다. 

2. 질문의 권리에서는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어머니들이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맨 먼저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질문했니?"라는 이야기는 이 책 말고도 오래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이스라엘에서는 토론과 질문을 꽤 많이 한다고 한다.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을 교환하는 행위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요즘엔 한국도 생각과 질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도 교육현장을 보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질문 없는 교육은 상상력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들은 기억의 반대말이 망각이 아니라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은 낯익은 과거로의 여행이고 상상은 낯선 미래로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위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상은 의외로 자주 하기 힘들고 무섭고 낯선 것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의외로 상상력을 아무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굉장히 비생산적인 것이라 치부해버리는 것을 많이 봐왔다. 물론 예술 분야에서는 상상력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그렇게 중요시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스라엘 고교생의 90%는 대학보다 군복무를 먼저 마친다고 한다. 수학, 과학 성적 우수자들은 엘리트 부대가 우선선발하며 엘리트 부대에서 집중 훈련을 마친 후 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생과 사를 가르는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된다. 자연히 사회인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남녀 고교생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학 입학 전부터 준전시 상황에서 2~3년 동안 스스로 결정하고 도전하는 리스크 테이킹 기간을 갖는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이 말이 얼마나 특별하고 달라 보였는지 모른다.


한국의 대기업은 제조업에서 출발하여 수십만 명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델인 반면 이스라엘의 경우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기업을 만들고 육성하여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되파는 모델이라는 차이점도 흥미롭다. 요즘 창업하는 사람들이나 작은 기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에서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하지만, 작은 기업이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우며, 사람들도 중소기업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스라엘을 본받아 창의적인 강소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 후에 취업률도 크게 올려줬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도전도 많아진다면 보다 한국 경제가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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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중요한 충고 - 왜WHY와 무엇WHAT에 대해 기막히게 크리에이티브한 결정적 충고 120가지
조지 로이스 지음, 박소원.박유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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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에서부터 '겁나게' 눈에 띄는 책이다. 

저자가 광고업계 관련 아트 디렉터이자 디자이너라서 거의 주로 광고업계에 대한 충고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꼭 광고업계, 디자이너 업계 사람들이 아니라도 참고할 수 있는 '겁나게' 좋은 충고들이 가득하다. 창작을 하고 싶거나 창작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폭넓게 적용될 수도 있는 책이다. 


  일단 책 크기 자체가 작고 가벼워서 언제든지 휴대하고 다니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제목에 '충고' 라고 나와있긴 하지만 무겁지 않다. 가볍다. 독설적이고 직설적이나 한편으론 부담되지 않으면서 감각적인 충고다. 각 항목마다 제목과 글내용, 광고이미지, 사진 등으로 글과 이미지가 적절하게 잘 디자인되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과연, 거기에서부터 저자가 얼마나 다른 책들과의 차별화를 하려고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책 본문 중 

"편지를 더 짧게 쓰지 못해 미안하네. 시간이 너무 없어서 그렇네." -에이브러햄 링컨 

유명인의 명언을 빌려 '생각은 길게, 글은 짧게.' 라고 광고문구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문구가 너무 길면 시청자나 소비자는 금방 지루해져 버린다. 그래서 많은 의미가 담기면서도 쉽고, 기억하기 좋게끔 짧게 쓰는 것이다. 비단 광고뿐만이 아니다. 폭넓은 분야에도 적용이 된다. 예를 들면 연설을 하는 사람이나 면접자가 면접관에게 짧은 시간 자신을 어필시켜야 하는 등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짧은 단어에 보다 많은 정보를 인식시키게 하는 것. 즉 창의적인 작업이다. 참으로 어렵다. 


그런데 진짜 이 책은 정말 텍스트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많은 글을 기대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다소 좀 아쉬울 수 있다. 저자가 정말 내용을 매우 잘 압축하는 재주가 뛰어난지, 불필요한 말은 하나도 없고 정말 필요한 말만 딱 써놨다는 느낌이다. 나로서는 오히려 그게 편했지만, 뭔가 약간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모든 방법에 실패했다면 자살 협박이라도 하라." 광고인으로서 광고주가 광고를 인정하지 않으면 인정할 때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보라는 놀라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충고도 있다. 

한편으론 "광고는 인간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웅이 악당이 되고, 악당이 추앙받는 시대,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는 상징적인 선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충고에서는 광고인으로서 꼭 갖춰야 할 인간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때로는 부당한 사회적인 문제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인은 단순히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선동해낼 수 있는 '선동인'이 될 수도 있고 많은 대중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지는 직업이라는 저자의 철학을 이 책에 여실히 녹아들고 있다. 

  광고인이 가져야 할 능력에 대해 단순히 늘어놓지 않고, 능력을 넘어서 올바른 인성까지 갖추어야 함을 강조하는 이 책, 확실히 다른 책들보다 '겁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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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학 백과사전 - 마음의 인문학 심리학 백과사전 1
김문성 엮음 / 스타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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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거나 혹은 그런 기술을 나열한 책들이 요즘 워낙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쉽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나온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혹은 실생활에 쉽게 적용해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나왔다. 

이 책 역시 기존 책과 같이 그저 단순한 이론의 책일 거라 생각했지만, 직접 읽어보니 생각보다 실용적이고 실생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람의 행동 목록이 꽤 많았다. 예를 들어 [신문을 읽는 방법으로 아는 스트레스 정도] 라는 아주 사소해보이는 행동에서 나오는 심리 상태를 짧고 쉬운 글로 설명해주어 독자들이 보다 빠르고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게 친절히 도와주고 있다. 그런 식으로 각 1페이지마다 잘 정리되어 있다.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독자라면 이 책이 가장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제3부 소지품 등 주변 물건으로 읽는다 편이 제일 맘에 든다. 물론 사람이 가진 물건이나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골초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 담배를 끄는 방법에 따른 심리 등에서 비흡연자로서 흡연자의 심리를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매우 논리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보통 다른 심리학 책보다 더욱 더 손이 자주 가게 된다. 

[목소리를 조절해서 좋은 인상을 얻게 하는 법]이나 [흥분한 상대에게 낮게 말해라] 등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상대방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른 사람을 위한 항목들도 상당히 유용하게 느껴졌다. 평소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혹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내가 원하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한 적이 많은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 내가 고민한 항목들이 나와있었다. 상당히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다. 
생각날 때마다 읽거나, 오늘 밖에서 이런 행동을 한 사람의 심리는 어떨까? 하고 목차에서 찾아 읽어낼 수 있는 책. 앞으로도 한 번 읽고 그냥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주 꺼내 다독을 하게 될 책 같다. 그만큼 매우 실용적이고, 책 제목대로 '재미있는'책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하거나 서투른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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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만든 대학들 - 볼로냐대학부터 유럽대학원대학까지, 명문 대학으로 읽는 유럽지성사
통합유럽연구회 엮음 / 책과함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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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내게는 참으로 두근거리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이 느껴지는 단어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한 나에게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기보다는 때론 미국의 대학, 혹은 유럽의 대학을 나오는 다소 말도 안 될 것 같지만, 간절한 소망을 꿈꿔본다. 

  책에서부터 대학은 유럽 문화의 독특한 발명품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무려 12세기 중세 시대에 등장했다니!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초기 유럽 대학들의 부족한 면과 시행착오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막연하게 고고하고 완벽한 유럽 대학들의 멋진 모습을 설명해주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허나 있는 그대로의 유럽 대학들의 진실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초기 대학들은 권력자들과 왕권들의 도움으로 세워진 대신, 그와 관련된 갈등과 분열, 때로는 종교적 사상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의 소용돌이 안에 휘말린 적이 많다. 

  심지어 프라하 대학은 1416년 이단으로 선포당해 휴교령을 내렸고 학위까지 무효가 된 적이 있다니. 대학교가 정치, 종교, 민족 문제에 복잡하게 얽히고 휘말릴 수 있다는 새로운 역사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일부 대학들 연도 중에 여대행 최초 입학 허가 연도를 볼 수 있다. 여학생들의 교육이 언제부터 허용이 되었는지도 나온다. 당시의 사람들이 오늘날의 여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여성들에게도 공부할 수 있는 인권이 오늘날 당연시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의 교육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베를린훔볼트대학, 칼뱅 종교개혁의 성지인 제네바 대학, 만민을 위한 대학인 괴팅겐대학(2005년부터 수업료를 받았다가 2015년부터 다시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고 함), 대학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이 자리잡고 있는 프랑스의 에콜폴리테크니크 대학, 유럽 과학 기술 교육의 선두에 있는 카를스루에공과대학, 나치에 의해 2,700명이나 되는 대학 구성원이 대학에서 추방된 적이 있었던 빈대학 등 다양한 역사와 사연을 간직한 대학들의 소개가 줄줄이 이어져 마치 유럽 대학들을 한바퀴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생각보다 독일과 나치에 관련된 대학들이 많다는 것이다. 읽는 내내 독일이란 단어를 꽤 많이 마주치게 된다. 교육의 나라인 독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독일 대학에서 독일만의 교육법을 배우고 싶다. 


 한편으론 한국의 대학들이 이 책을 참고하여 유럽 대학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벤치마킹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대학 교육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따라하려 하지 말고, 실패한 제도는 고칠 점을 고쳐서 반영하고, 좋은 제도는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러가지 방면으로 고려하여 따라간다면 좋겠다. 생각보다 깊은 내용의 책이라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유럽의 주요 대학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이니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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