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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 파람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삶으로 녹인 인문학 이야기”
-당신이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들(최대환 신부님 지음, 파람북, 2018)
불광중 사서
<당신이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들-What you tried to say to me>은 의정부 교구 사제이자 서울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인 최대환 신부님의 인문학 책입니다. 표지 그림은 눈발이 날리는 어느 날 이탈리아의 어느 신학교 신학생들이 사제복을 입고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흥겨움과 거룩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돈 매클레인의 노래 ‘빈센트’에 나오는 구절을 따왔다는 제목 역시 독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담긴 기억을 떠올려보게 하는 애잔함이 묻어납니다.
이 책은 일반 인문학 책과 달리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특히 음악 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직접 들으니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음악과 함께 전달받은 느낌이 듭니다. 짧지만 인상적인 시들을 인용하여 천천히 읽기로 유도하는 힘이 있으며, 영화 이야기도 독자의 마음을 생동적으로 이끕니다.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철학과 종교 이야기로 보입니다. 책의 구성이 앞부분에 주로 시와 음악과 영화 등 비교적 가벼운 이야기라면 중후반으로 갈수록 철학과 종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메모를 하며 읽는 독자라면 기본적으로 노트 대여섯 장의 메모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올바른 식별을 위한 지혜, 자신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에 대한 깨달음, 죽음에 대한 준비 그리고 하느님의 커다란 사랑 안에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신앙심 등을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진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의도와 잘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의 메마른 삶의 갈피를 시와 음악과 영화와 책을 통해 조금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채워나갈 힘을 이 책에서 선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독자로서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되는 음악들을 직접 찾아 들으면서 독서를 해 가는 것도 유익할 듯합니다. 아울러 노트와 펜을 준비하여 메모하며 읽는다면 어떨까요? 귀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삶으로 녹여 그 향기를 이웃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독자에게 별표를 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몇 부분을 소개합니다.
* 살아 있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그 감정을 자유롭게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절제와 기도하는 삶을 통해 얻게 되는 열매라고 생각합니다.(165쪽-저자의 말)
*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우리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느낄 때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172쪽-데이비드 매컬러 주니어의 말)
*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고 다른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것에 감사드립니다.(174쪽-토머스 머튼의 말)
* 세상을 명철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독일의 시인 힐데 도민’(224쪽-저자의 말)
철학 전공한 저자의 마음이 짧게 인용한 구절을 통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중간 중간에 저자의 경험과 관련지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끝까지 완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은 예술적 감성을 키우고 싶은 분이나 삶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만나 천천히 읽고 조금씩 바뀌어서 그 힘으로 이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고 생이 깊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