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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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는 초면이었다. 사라져 가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시는 바람에 '도대체 이건 무슨 뜻이야~' 하면서 사전을 자주 뒤져야 했다.
요즘 뜨는 ‘젊은’ 작가로 거론된다고 알고 있는데, 단어 선택이 올드(positive)하기에 혼란이었다. 시대적 배경 또한 80년대가 많았으며, 주인공이 노인이나 중장년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시대(80년대 또는 그 이전)와 노인, 중장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트렌디했고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30대 초반이시더라. 어떻게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재미있는) 작품을. 너무 대단하셔.

📖단편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80년대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고문하는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의 삶을, 〈스무드〉는 ‘태극기 부대’ 노인의 하루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생각해 보니 민주화 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끌려가는 (남영동 대공분실같은) 말도 안 되는 건물을 설계했던 사람은 현재 내 출퇴근 풍경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누군지 모르는 사람 1’ 캐릭터로 존재하고 있을 테다. 길거리를 집과 같이 지내던 시절 매일 같이 만났던 표독스러운 ‘태극기 부대’ 중 누군가는 분명 어느 곳에선 마음씨 따뜻한 선인이겠지.

🧘‍♀️성해나는 이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진짜 재밌음)
이때 《혼모노》의 매력이 듬뿍 드러나는데 이 모든 상상력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정말 현실적으로 풀어낸다는 사실을.
재미를 위해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거나 흥미로운 세계관을 설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오히려 술술 읽히는 것 같다.

❤️하나같이 다 재미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우호적 감정>은 내 허를 찌르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문장을 훑고 한참 동안 그 옛날 감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쓸쓸하고 허탈한 그 느낌.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허탈함. 공허함.
자본은 사람을 이간질한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위했지만 형체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돈독함은 무너져 내렸다.
이 작품 안의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진’이 ‘우호적 감정’을 가장 잘 일으키기에 가장 좋게 평가받았다.어쩌면 자본주의 아래에 있는 인간 사이에서는 돈독함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데 인간이다 보니 ‘우호적 감정’을 앞세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진이 밉지는 않다. 그냥 이 세상이 그런 것이다. 초경쟁 사회인 대한민국, 그리고 그 중심 서울에서 일을 하며 살아남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호적 감정’을 앞세우는 꼰대가 되어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그 걱정을 선사한 성해나 작가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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