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종이만으로 일상드로잉 -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 누구나 그릴 수 있다 1
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만화 좀 그리다가 지금은 딱히 그림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끄적이고 있다.

일본어 표현 중에 '計画倒れ'라는 표현이 있다. 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 힘을 쏟은 나머지 

제대로 실행을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표현이다.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잡거나 실천은

하지 않고 계획을 계속 수정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짓이 한심해서 누군가 이런 말을 

만들었나 보다. 내가 딱 그런 타입이다. 뭘 정해놓고 그거 대로 하려고 아둥바둥...


"문득 처음 뭘 그렸더라........?"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굉장히 오래된 기억 속에 꺼벙이가 있고, 좀 더 줌아웃하니 드래곤볼의 주인공인

손오공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일본에서 몇 년 있다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연히 게임 그래픽을 잠깐 배우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나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고 계획을 잡고 연습하다가

작심삼일로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다.

왜 재미로 시작한 일이 점점 스트레스가 되었다고나 할까. 말그대로 '計画倒れ'

원래 뭐든 어설프게 배우거나 했던 기억들이 강력한 방해물로 변해서 앞을 가로막을

때가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해결책으로 여러 가지 그림 수업을 듣다가, 이 책의 저자인 

김효찬 쌤의 수업에도 참가했다. 물론 수업 내용이 만화와는 상당이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처음 시작은 읽었던 만화가 재미있어서 따라그리다가 자신만의 그림체를 찾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표현한다. 나는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나보다. 아기새가 둥지를 떠나듯이

따라그리던 그림을 계기로 자기만이 그림체를 찾아내야 하는데, 따라그리던 기억에 갇혀서

그대로 주어앉아 버렸던 것 같아.


그림뿐만 아니라 실체없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솔직하고 대담하게 즐길 수 있어야 작은 것

하나라도 내 것이 된다.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

을 만나면 꼭 즐길만한 뭔가를 찾으라고 말한다. 

노래도 좋고, 만화도 좋고, 연예인도 좋고... 그리고 이해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일단은 

받아들이고 표현하라고.

이렇게 잘 알면서 왜 그림은...


이 책을 구매했다면 책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판단하기 전에 방바닥에 누워 뒹굴면서 

저자의 첫 번째 물음인,


우리는 언제부터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었을까요?"

답을 찾아보자.


내가 찾은 답은, 잘 그림 그림이 어딨어, 잘 그린 그림도 결국 누군가의 주관아닌가.

갑자기 박신양이 드라마에서 소리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 내 그림이다, 이 그림이 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왜 말을 못해!!!"

기억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듯하다.


아무튼 감히 내가 이 책에 핵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혹시나 틀려도 용서하세요)...


낯선 여행길에 지나친 들판에 핀 많은 꽃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는 꽃이 없더라.


위에 그림은 책을 찍은 건데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그린 컵 그림이다. 같은 사물도 사람

 따라 다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들판에 핀 각양각색의 꽃처럼 

잎이 둥글든 뽀족하든 다 정감 있고 예쁘다. 잘 그린 그림이다.

책 표지를 보면 어디를 그린 건지 꼭 찾아가서 계단을 따라내려가 보고 싶어진다. 이번 여름 

휴가를 계획 중이라면 꼭 작은 스케치북이나 이 책을 들고가서 직접 그려보면 의미있을

것 같다.

낯선 곳에서 우연히 들른 카페의 컵을 그려보거나 잠시 쉬어가려고 앉은 화단에 핀 

꽃을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남겨보면 좋겠다.


참고로 책 안에 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렇다고 꼭 이렇게 그리려고 노력하지는 말자! 물론 나한테 하는 얘기다.


책 내용 말고 크기는 조금 불만이다. 가로 길이를 좀 줄이고 줄인 만큼 세로 길이를 늘였

면 좋았을 것을? 오로지 개인적인 취향인지만....

그리고 글만 있는 페이지의 구성은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그림의 설명은 아예 작가님의 손글씨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결론!!

주변에 뭔가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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