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이봉선 지음, 박영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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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이봉선


이 리뷰를 계속 하면서 내 무식이 드러나는 게 겁이 난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게 나 인 걸.. 어쩌겠나, 엎질러진 물..


이봉선의 봉선화. 책 제목 정말 잘 지었구나. 구소 이봉선이라.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인물이었다. 검색을 한번 해보았으나, 인물정보는 전혀 나오지 않고 관련지식은 지만지의 바로 이 ‘봉선화’ 시집 한권뿐이다. 아하! 역시 지만지.


 그녀가 누구인지 신해음사는 또 뭔지 기생출신 한시 작가라는 것 외에 큰 정보가 없이 본 이 시집은 그저 아름답다, 와! 부드러운 맛이 있구나, 한시는 어렵구나, 정도였다.


두 번째 일제 강점기 시절을 거치며 신해음사에 투고한 시의 흐름이 시대반영을 하고 있던 내용에서 점점 그러한 색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를 접 했을 때도, 아니, 시대반영은 어떻게 드러나 있는 거지?  내 눈엔 약간 이해 안 되는 옛 성의 그리움이라든가, 기다리는 자의 슬픔, 한 이라든가, 열렬한 상대에 대한 그리움이라든가, 아름다운 풍경의 묘사라든가 하는 내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의 궁금증은 내용 앞부분에 왜 제목에 쓸데없어 보이는 주석이 달려있는가 하는 것 이었다. 신해음사 몇 회에 실린 시인지 왜 굳이 주석에 달아놓아야 하는 것인지 그 중요함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책을 훑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시집이 경우에는 외국 시였던 탓 인지, 작가의 작풍 별 섹션이 잘 구분되어있었고 간간히 시를 쓴 배경이나 당시의 이야깃거리를 주석에 풀어놓고 있어서, 물론 주석이 많아 출판사가 싫어했을 법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사람 시는 같은 나라사람이라 다 이해하는 줄로 아는 건가, 시와 원문이 덜렁 나와 있고는 별 설명이 없고, 주석을 읽어봐도, 뭔가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해석을 들춰보며 본문을 접하자 아, 이거구나. 아....


주석은 이봉선의 활동 시기를 알려주는 것 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생활, 관계 등, 시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잡아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앞서 알고 있던 바와 같이 이봉선의 활동시기에 따라 작품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 엄청 친절한 설명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부족한 관계로) 조금씩 시의 성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봄은 돌아오는데, 세상에는 오랜 세월 영웅이 없구나..’ -歲暮 中-  원문 부분도 다시 보았다.


해, 세월이 지다. 저물다. 아, 내가 간과한 부분이 여기 있었다. 한자를 잘 읽지는 못해도 염두하며 보아야할 부분은 확실히 있는 거다.  처음엔, 중 고등학교 때 줄기차게 배워왔던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등의 내용이 워낙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강점기 시대반영 치고는 꽤 부드러운 시군,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암울한 시대가 왔음을, 나라를 구할 영웅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것 이었다. 그것도 10대 소녀(?)가.


나는 몇 년 전 읽었던 다른 시 하나를 기억해 냈다. 푸른 풀밭에 죽어있는 젊은 병사를 묘사한 시였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났다. 지식 없이 시를 받아들였을 때 나는 매우 화사한 날 새파란 풀밭위에 죽어있는 젊은 남자의 모습이 매우 이상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던 것이다. 게다가 그 상상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그 아름다운 장면이 인간의 죽음을 표현하고 있었다는 모순점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전쟁, 때문에 그 시는 더욱더 처절하고 슬픈 시였던 것이다. (슬픈 시를 아름답다고 느끼다니!) 활동작가의 배경을 아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대단함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인다며, ‘그건 제대로 된 감상이 아니야’ 정도로 이야기 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이런저런 자신의 생각들을 글로 적어봐야겠다 싶어 시도해봤던 적이 있다. 그렇게 내 글을 보고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고 종이를 좍좍 찢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고,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인식도 머리에 콰콱 박혔다. 그러고 보면 작가라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할 만한 인물인 것 같다.


구소에 대한 궁금증은 많았다 그녀가 여류시인이면서 기생출신인데, 기생인데도 양반가의 소실이었다니, 양반과 기생은 상반되는 존재라고 생각해왔건만, 일부러 기생으로 길렀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시 기생은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천하디 천한 직종이 아니었던 것 일까. 당시 기생은 어떤 대접을 받았던 걸까, 단순히 구소가 뛰어난 인재여서 대우를 받았던 것일까.


또 그녀는 3명정도의 남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실은 아니지만 김홍조의 부인이었다가 사후, 정태균의 부인이 되었다는 것은 일명 과부를 소실로 받아들였다는 것인데, 과부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많이 달랐었던 것 일까.

기생임에도 첩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단순히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을 까, 재능이었을까.

김홍조의 소실이었을 때는 그녀도 활동을 계속 해왔었으니 꽤나 여성의 입장이 좋았을법 하지만, 실제 남편 집안 내에서는 그녀가 기첩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었고, 정태균의 진짜 소실이 되고난 후부터 모든 활동이 끊겨버린 것은 역시 여자가 재주를 부리는 것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좋지 않아서였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구소의 부모님들은 혁신적인(?)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들이가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


결과적으로  또 이끌림 없는 글을 두서없이 적어버렸다. 이번엔 책 내용도 거의 없고.

그래도 누군지 모를 당신이 만약 이 글을 읽어준다면,.. (창피하겠소..)

  

구소의 시는 한시라서 직접 한시를 해석하며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같은 사람은 무리이니, 누군가가 풀어 써놓은 글을 읽으면서 감상해야한다는 약간의 제약이 있지만, 부디 그렇게라도, 구소의 청량한 감성을 들여다 봐주었으면. 깨끗하고 맑고 아름다운, 그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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