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동쪽을 소란스럽게하고 서쪽을 친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격언에 따라 인천상륙작전 전에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 상륙 작전을 펼쳤던 학도병 772명이 상륙 도중 139명이 사망하고 9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작전지를 지키다 끝내 모두 행방불명(전사)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외신 기자 역이 있었으니 메간 폭스가 연기한 '메기'이다. '메기'는 '마가리트'의 애칭으로 실존하였던 여기자 'Marguerite Higgins'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책 《전쟁의 목격자》는 마가리트 히긴스의 생전 모습에 관해 저자 앙투아네트 메이가 쓴 책이다. 책에서는 마거리트 히긴스의 부모님이 결혼을 하던 상황부터 마거리트의 어린시절 모습, 마거리트 히긴스가 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등, 마지막에는 마거리트 히긴스가 1920년에 출생하여 1966년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모습을 쓰고 있다.

히긴스 부인은 천을 자르고, 핀을 찌르고, 바느질을 하느라 바빴다. <보그>에서 골라 모은 것들을 본떠 만든 옷들은 그야말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매기는 여학생 클럽 입회를 권유하느라 그녀를 샅샅이 살펴볼 그 어떤 젊은 상속녀들 못지않은 옷장을 갖게 될 것이었다. 물론 매기는 여학생 클럽에 가입할 것이었다. 애너 헤드 출신들은 모두 그렇게 했다. 마거리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요한 돈은 어떻게든 마련되리라. 언제나 그랬으니까.

전쟁의 목격자, 1장 매기를 달리게 하는 것, 43p

마거리트 히긴스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프랑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거리트 히긴스의 부모님은 1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받는 파리의 벙커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였고 마거리트 히긴스를 낳았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생후 6개월이 안되었을 때 심한 병을 앓았고 그 때문에 베트남에서 살게되었다. 그 뒤 학업을 시작할 나이가 되어 다시 미국 캘리포니아로 정착하게 되었다.

책에서 그려내는 마거리트 히긴스의 어린 시절은 도도하면서 당찬 여자아이의 모습인데, 여러 일화를 들어보면 퍽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어쨌든 마거리트 히긴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읽자면 묘한 연민의 감정이 일어난다. 여자 아이로 태어나서 남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못하면서 그녀가 겪었을 심적 고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짠하다. 더군다나 어렸을 적 병을 앓았고 이사를 자주 다녔으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이 책의 필체는 마치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사람 같아서 책에서 그려내는 내용에 공감하기 쉽다. 마거리트 히긴스의 말투나 일화들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만큼 마거리트 히긴스라는 사람이 쇼맨쉽에 탁월했고 자신을 뽐낼 줄 아는 사람이었던 듯 하다. 책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으며 책장을 넘길수록 '마거리트 히긴스'와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마거리트는 자기 옆에서 행군하는 남자들의 지치고 비통한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이 젊은 희생자들의 생득권이었던 젊음과 이상주의를 되찾게 해 줄 것이 과연 있기는 할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겪은 전쟁과 자신이 목격한 전쟁이 그토록 달랐던 이유 하나를 깨달았다. 아버지는 비행하지 않을 때 진흙으로 뒤덮인 참호가 아니라 비교적 호화로운 병영에서 숙영했다. 기억은 선별적이기도 해서 탈진, 고통, 지루함을 증류시키기도 했다. 마거리트는 참호보다 비행장이 여성들이 있는 곳과 훨씬 가깝다는 것도 깨달았다. 전쟁의 매력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목격자, 3장 종군기자, 122p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묘미는 전쟁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마거리트 히긴스가 종군기자를 선택하면서 평화로운 생활을 벗어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파견된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격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마거리트가 얼마나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취재에 임했는지 상세하게 적고 있어 독자가 그녀를 이해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책장을 넘기며 전쟁 속에 종군했던 그녀를 읽을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 지휘관들의 판단에 따라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소신껏 말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믿음에 따라 권위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 그녀는 깨어있으면서 전쟁이 사람에게 주는 고통에 관해 고민하고 자신이 파견 나와 있는 지점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고찰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시켜 나갔다.

이 책은 마거리트 히긴스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읽고 있으면 마거리트 히긴스에 점점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시대에 태어나서 여성 종군 기자로 전쟁터를 누비며 남다른 인생을 살아갔던 인물이다. 책의 마지막에 마거리트 히긴스가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장면은 무엇보다 극적이다. 마거리트 히긴스의 사랑과 열정, 마거리트 히긴스의 인생에 관심을 갖고 읽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꼭 읽어 볼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