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 학교폭력의 터널을 지나온 엄마의 조심스런 고백
정승훈 지음 / 길벗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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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 서평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는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갑자기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가 되어버린 저자가 학교폭력의 터널을 지나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책으로 담았다.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할 정보들을 세세히 정리하였고, 그 과정에서 아이와 엄마가 느낀 것들을 나직하게 이야기해준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아 독자의 이해를 한결 높이기도 한다.

다가가기가 어려운 주제이지만 차분하고 간결한 문장들 덕분에 읽기가 쉽다. 그 문장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침착하려 애쓰는, 본질을 보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을 내 머릿속에 그려놓았다. 여기저기서 거친 파도가 몰아치지만, 아이와 함께 탄 배의 키를 꽉 잡고, 가야 하는 방향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고 있는 엄마. 나라면 그럴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겪은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느끼고, 배우고, 성장하여 학교폭력전문 상담사·강사로 거듭났다. 자신의 어려움을 거름 삼아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 ‘승화’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녀를 찾는 학교폭력 당사자의 부모들은 그녀가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을 것 같다.

책에서는 정리해둔 학교폭력과 처리과정에 대한 정보들은, 아이의 학교폭력사건에 갈피를 못 잡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아이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무엇이 정답일지 찾기는 어려울지라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음’을 차분하게 짚어주는 경험자의 안내가 그들에게 꼭 필요할 것이므로.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진 않을 거야.’하는 생각도 비현실적이다. 누구도 그런 일을 겪으리라 예상하고 겪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은 일어날 수 있으나, 어떤 일이 일어나면 아이가 나에게 먼저 도와달라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곧바로 뒤따라서 오는 물음이 있다. 아이는 엄마인 나를, 어떤 일이 있어도 도와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나는 아이에게 일어난 사건이 그 어떤 일이든, 우리 아이를 잘 도와줄 수 있을까? 나에 대한 아이의 시각도, 나 자신의 마음가짐과 역량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평소에 아이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우리가 아이에게 키워줘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이 책이 참 친절하다고 느껴진다.

꼭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년법 폐지’가 UN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됨을 설명하고, 그것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설명해둔 부분이 참 좋았다. 청소년의 잔혹 범죄에 대해 소년법 폐지가 정의로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될 때 내가 느꼈던 불편감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사회를 함께 사는 그들에게 우리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

이 책에서 소개한 관련 영화 및 도서 목록 또한 주변의 학부모들과 나눠보고 싶다. 함께 보고 읽으며, 내 주변부터 이해와 공감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구나 싶다. 위기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음을, 우리가 함께 배워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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