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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힘들었구나 - 사춘기 아이와 부모의 마음 소통
문경보 지음 / 두란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그래. 힘들었구나.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 누군가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듯한 말, 그래서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듯한 말.
처음에는 워낙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기에 단순히 그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자 이 책을 집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와 부모의 마음 소통]이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아직 자녀가 없는 저에게 [나와 내면 속 나의 마음 소통]이라는 저만의 부제로 읽혀지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청소년들과 저는 뭔가 다른 존재라는 느낌을 막연히 가져오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태어나자마자 그들은 청소년으로, 저는 지금 어른의 모습으로 태어난 듯 존재 이유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
그들은 약하고, 충동적이고, 가르침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이며 나와 같은 어른들은 그들을 가르쳐야 하며, 품어주어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
그런데 그 품어주고, 이해한다는 것이 한때 나도 그런 시기를 겪었던 한 사람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뚝딱 어른으로 태어나 ‘어른의 책임감’으로써 막연히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
뭐라 뚜렷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도 한때 청소년 이었다’는 생각을 잊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엇나가고, 반항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심리를 이해해보겠노라 책을 펼쳤는데
이 책속에 나오는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들 속에 제가 있었습니다.
이해해야 할 대상이 청소년이기에 앞서 바로 저 자신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음에 입은 상처 때문에 몸이 아팠고, 내면의 분노를 잘 이해하지 못해 나 자신을 괴롭혔고,
내가 싫어했던 사람과 닮은 사람을 나도 모르게 피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억누르느라 다른이들의 삶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던...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그런데 그때는 그런 제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때 치밀어오르는 감정에 충실하느라 내가 왜 그러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느새 청소년기가 지나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도 이해받지 못해 상처받은 자아를 그대로 내버려둔채...
그래서였나봅니다.
아직도 저는 [신체화]반응으로 몸이 아플때가 있습니다. [소극적 공격성]이 남아 있고, [투사]하고, [억압]하고, [이지화]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화해하지 못한 어린 제가 아직도 지금 제 삶 주변에서 계속 맴돌고 있습니다.
‘이해하다’...
생각해 보면 저는 ‘이해’라는 단어를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만 해석하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을 마음으로,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수학 공식처럼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풀어낼 수 있는 공식을 찾아내려 한건 아니었는지...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우선해야 할 일은 ‘노력’이 아니고 ‘기다림’이며
동시에 청소년들과 함께하겠다는 마음의 고백이다 p.142]
[어른들이 많은 일들을 일방적으로 앞에서 끌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위에서 기다려주는가 하면 옆에서 함께 동행해 주었으면 좋겠다. p. 148]
그동안 저는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청소년 관련한 많은 책들과 자료, 영상 등으로 제 머리를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로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고 갈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 필요한 것은 제 가슴으로 그들을 기다려 주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이성적인 이해’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감성적인 이해’가 함께할 때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앞서 ‘나와 내면속의 내가 온전히 만나 소통’하여 스스로에게 “그래, 힘들었구나” 위로의 말을 건낼 수 있다면
그와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위로의 손길을 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