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텍스트T 2
정연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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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가 좋아진 아이의 이야기인가?

어린이 청소년 문학작가의 책이라기에

아이와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불쑥.

거기다 시가 좋아져 버린 것 같은 뉘앙스의 제목이

나를 이끈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엄마와 살던 겸이는

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가 그립다.

암이지만 얼마 더 살 수 있었다고 했는데,

자신의 실수로 죽음의 문턱을 빨리 넘어 버린건 아닌가 하는

자기 반성.

 

엄마에게 평소 불퉁하게 굴었던 자신의 태도가 후회되고,

아픈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했던 과거가 미안하다.

자꾸 엄마가 떠오르는 겸이는

자라는 동안 몇 번 만나지 않았던 아빠,

그저 H라고 부르고 싶은 아빠와 함께 살게 된다.

 

엄마가 없는 빈자리가 자꾸 어색한데,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다물고

H에게 자신만의 반항을 꿈꾼다.

 

H와 함께 살기로 하면서 H는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가 살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H에 내려가서 동네 사람들의 아빠와 겸이가 닮았다는 말에

모욕당한 기분까지 드는 겸이,

 

겸이는 어떻게 시에 꽂히게 되는걸까?

 

엄마가 떠나고 열흘쯤 흐른 것 같다.

학교에서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날은 고작해야 오 일. 그러니까 지금 난생처음 미인정 결석을 저지르고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천편일률적으로 죽은 이에 대한 애도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을 넘어서면 미인정이라니. 규정이 너무 가혹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하..

나는 지금까지 그 경조사에 대한 출근 혹은 출석 인정 기간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애도 기간을 정해 놓고 그저 몇일 몇일로 인정해 주는 그 기간이

어떤이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기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어땠더라...

그저 당연하게 받아 들인 일들로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폭력을 행사 한 건 아닌가 하는 잠깐의 되돌아 봄..

 

국어 시간에 '미인박명'이라는 사자성어 때문에 생긴 사연을 시로 써서 낭송한 적이 있었다. 예쁜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말에 예쁜 우리 엄마가 일찍 죽는 줄 알고 엉엉 울었던 일, (...)

이웃에 살던 애가 낭송을 듣고는 "니네 엄마 미인 아니니까 걱정 마."하고 말하자 애들은 배꼽을 잡고 뒤집어졌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이런일이 생긴다.

 

세상에서 내 아이가 제일 곱고 예뻐 보이듯,

아이에게도 엄마가 가장 예쁜 사람일 때가...아주 잠깐 있다.

아쉽게도 나는 아이가 커감에도 내 새끼가 젤 예뻐인데,

아이는 크면서 우리 엄마가 사실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

여튼, 그러기 전까지 아이에게 엄마는 참 예쁜 사람이다.

 

(항상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니

그 사람이 예뻐 보일 수 밖에 없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ㅎ)

 

 


 

그렇게 겸이가 H와 함께 H의 고향에서 살기로 하고 내려 간 곳에서,

자신이 쓸 방에 놓여진 상자 안의 오래된 시집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시 한 편 한 편에 마음이 동요함을 느낀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시에 빠져들게 된다.

조용히 하늘을 구경하기 좋은 숲,

엄마의 향기가 나고 엄마가 떠올려지는

그런 숲에서 겸이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짓는다.

 

하지만 자꾸 얽히는 어떤 이상한 여자아이.

운동을 하는가 싶었는데,

전학간 학교에서 마주한 은혜라는 아이는

우주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예전 학급에도 수영이나 하키 같은 교기를 하는 애가 있었다. 오전 수업 시간 내내 잠만 자다가 오후에 운동장이나 강당에서 훈련을 받는 아이들. ...

그런데 독서를 하다니. 그것도 만화책이 아니라 과학 도서를. 놀랠 노자였다.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건가? 연구대상이었지만 연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이 작가님의 이런 표현력이 참 좋다.

연구대상이었지만 연구가자 되고 싶지 않은 겸이... 하하.

 

 

"가출했다며?"

"출가보단 낫잖아."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종종 나오는 이런 대사. 이런 표현.

무언가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그런 내용인데,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그리움도 위트도 그리고,

비밀도 함께 있는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운동을 하는 은혜,

은혜가 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궁금하며 읽던 차에

어떤 운동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운동을 하게 된 이유가... 햄버거라는 것도 너무 웃겼고,

 

은혜와의 핑크빛 내용도 살짝 기대 해 보는 찰나,

은혜 할머니에게 H가 이모라고 부르는 걸 봐버린 겸.

뭐지?

은혜와는 친척인가??

어떻게 되는거지?

 

그리고, 아빠는 H는...

왜 그렇게 방황하며 살았던걸까?

 

아빠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대체 무엇일까?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너무 빠져들었던 소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중간 중간 나오는 시 읽기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내가 참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윤동주의 시도 너무 좋았던,

책.

외롭고 아픈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던

우리 열일곱을 위한 가장 시적인 위로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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