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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현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월
평점 :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 미디어.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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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4 ! 3 ! 2 ! 1 ! 0 !
거대한 우주선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로켓을 향해 손을 흔들던 사람들이 조금씩 점이 되어 사라진다.
이제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오고, 나라가 들어오고,
광대한 세계 대륙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록별 지구가 우주선 창 하나 가득 들어차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우주선이 달로 다가가면 갈수록 지구는 조금 조금씩, 한 눈에
쏙 들어올 크기로 작아진다.
농구공만해졌다가 단추만큼 작아질 때 쯤 우주선은 달에 도착한다.
우주공간으로 나와 달에 발을 딛는다.
느낌이 어떨까?
나의 생명의 근원 지구는 저 멀리 작은 공이 되어 빛나고 있고
우주가 주는 어머어마한 정적 속에, 어둠 속에 내가 홀로 서 있는 기분이란...
다치바나 다카시는 철저하게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우주 체험을 한 우주 비행사들의 내적 변화를 조사했다.
일단 이책을 읽고 첫번? 든 생각은.
다치바나와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행운아라는 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책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테크니컬하고 과학적일 것만 같은 우주 비행사들의 내면을
탐구하고자 한 그 호기심에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후반부로 가면서 아주 숨이 막힐 정도로 흥미진진해지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끝까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객관적이라는 점이
역시 다치바나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 1부 우주로부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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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앞으로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과학적 지식의
부족으로 그 상황이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우주비행에 관해서 개괄적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첫부분부터 지겨울 수가 있지만 참고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엄청난 내용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
제 2부 신과의 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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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우주 비행사들 하나하나를 소개하면서 우주 체험이
그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 첫번째 인물이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까지 다녀온 제임스 어윈.
철저한 신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기독교적인 환경에서 자랐던 탓인지 그에게 있어
우주 체험은 신과의 만남이 가능했던 일생 일대의 사건이 되었다.
그는 현재 원리주의파 개신교의 열렬한 전도자이다.
제 3부 광기와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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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어윈과 같이 큰 정신적 변화를 경험한 예와는 정반대로
버즈 앨드린은 정신 병자가 되어버렸다.
워낙에 독단적이고 결벽증스러우며 비사회적이지만
과학에 관해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했던 앨드린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이과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다.
우주체험이 그에게 가져단 준 것은
비행 후 목표 상실로 인한 정신적 침체였다.
제 4부 정치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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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체험 후 우주 비행사에 대한 호감을 이용해 정계에 진출하거나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는데
존 글렌, 존 스와이거트, 해리슨 슈미트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윌리엄 어윈이나 앞으로 설명할 에드워드 깁슨,, 에드가 미첼과 달리 매우 세속적으로
보이는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었으니 사물을 보는 방식이 변화하고,
세계관이 넓어져 '우주선 지구호' 에 대한 의식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환경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고 환경 보호와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고
어떤 이는 지구촌 평화 운동에 나서기 위해 정계에 나갔다.
다치바나는 유진 서넌을 통해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조사를 펼치는데 그 인터뷰 내용은 정말 놀랍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자면,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에 관한 내용인데 그는
'각각의 신은 이름은 다르지만 대상은 동일하다.
나는 카톨릭 신자이지만 어느 종교의 신이 상위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주 유영을 하면서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의 정중앙엥 나라는 존재가 던져져 있다는 느낌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체험은 영원한 시간 흐름 속에 무한한 공간 가운데 내가 서서
그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가 말하는 신은 인격신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신은 실체는 같고 인식 방법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체험으로 사람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모두 워낙의 측정 성향, 기질, 생각들이 있었는데 그게 우주체험으로 강화되어 명확한 형태를 띠고
외부에 나타났다는 편이 옳다고 본다.'
유진 서넌의 인터뷰로 사람을 흥분시켜놓고
5부에서 더 어마어마한 폭탄을 떨어뜨리는 다치바나 다카시.
제 5부 우주인으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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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네 명의 비행사들의 인상적인 인터뷰가 담겨 있다.
대부분 우주 체험을 통해 내적 변화를 경험했는데 그것이 모두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신'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종교가 말하는 특정 '신'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신'이라는 실체에 대해서 인정하되 그것을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우주 사유로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우주 체험이 진화론적으로 큰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인간은 물질적 존재가 아닌 정신적 존재로 살 의미있다는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을 끝에 집중적으로 소개함하여 자신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은 아까 말했듯이 철저히 가치 중립적이다.
무종교주의자 러셀 슈와이카트의 인터뷰 내용을 마지막에 넣었다는
점이 그렇다. 이 책을 편안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런 기획력 때문이다.
종교관련 책을 읽던 초반에 나는 어떤 사유나 특정 교리에 잘 빠져들곤 했다.
오쇼 라즈니쉬의 책을 보고 신비주의에 빠지기도 하고 반 기독교적인 입장의 책을 보면서 내가 가진 신앙에 대해 회의를 품기도 하고, 동학에 관한 책을 보면서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이론이다 하면서 마구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도대체 뭐가 옳은건지, 어떻게 하면 위험하다는 선을 넘지 않고 여러가지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책에서도 제럴드 카 라든지 에드가 미첼, 유진 서넌의 인터뷰를
보면서 마구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나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독자들에게
쐐기를 박듯 무종교주의자 러셀 슈와이카트의 인터뷰로 책을 마친 다치바나 씨가 또 한번 고마워졌다.
또 한번 배웠다. 가치 중립적인 입장.
그래, 어떤 것이 옳은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저 관심이 갈 뿐이라는 말이 나을 듯.
내 주관적으로 생각할 때, 편협한 종교주의자 제임스 어윈이나
세속적인 사업가 앨런 셰퍼드, 야망큰 정치가 존 글렌, 존 스와이거트 평화, 환경 운동을 목적으로 사업한다는 돈 아이즐리, 유진 서넌 등 우주 체험을 통해 비행사들의 삶의 형태가 여러가지로 바뀌었지만
그것에 대한 가치 판단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 역시 우주 체험을 통해 그들 나름의 변화를 겪었고
그 체험을 지구인들과 나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에드가 미첼, 에드워드 깁슨, 제럴드 카와 같은 이들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이들 모두, 우주 체험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더 넓은 시각과 인간 자체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