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만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하지만, 가장 피하고 싶은 경험은 소위 왕따 경험이 아닐까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말입니다.

그런 경험이 싫을뿐더러 가능하면 골치 아픈 일에 엮이기 싫어하는 시대이다보니 나의 옆에서 일어나는 작은 폭력에도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폭력에 어디 크기가 있나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화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빠의 부재와 함께 엄마의 고향으로 따라 온 에릭은 전학이라는 대 모험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전학은 어른이 이민을 가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지요. 무엇보다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를 먼저 사귀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다가와 주는 친구가 가장 고마울 겁니다.

그러나, 뭔가 꿍꿍이를 가지고 이용하고자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챘을 때 복잡해지는 머리와 마음을 어떻게 할까요.

이사온 첫날 한 아이를 괴롭히는 그리핀을 봤을 때 가졌던 감정은 그냥 무덤덤했더랬죠. 화도 나지 않았고 오지랍을 부릴만큼 정의감에 불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뭔가 찜찜합니다. 개운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다가오는 그리핀을 밀치지 못하고 아는 친구 하나 없는 학교에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 그리핀이 그래도 고마웠죠.

그런데, 그리핀의 매력처럼 보였던 것들이 하나 둘씩 벗겨지면서 정말 몹쓸 아이라는 걸 알아챕니다.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이 착한 아이처럼 굴지만 대화를 나누면 세상을 갖고 노는 데 머리를 굴리는 아이라는 걸 말입니다.
게다가 멀리하는 에릭을 모함 해서 제대로 얻어맞게 만들구요. 자기는 손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고까운 친구하나 보내버리는 술수를 씁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에릭의 행동과 곁에서 지켜보는, 어른 싸움으로 키우지 않기 위한 엄마의 행동은 참으로 현명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에릭 아빠와 따로 살게 되는 이유를 아이에게 털어놓는 게 쉽지 않으텐데도 엄마는 덤덤하게 이야기하구요. 그건 한편으로는 에릭이 잘 견뎌낼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겁니다.

제목이 참 의미심장한데요...
내 주위의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이 문제를 품고 있을 때 방관자로 있다면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때 나는 희생양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어떤 일에 개입할 때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하는 가...도 의문으로 남긴 합니다.

한편으로 이 아이들이 성장 한 후 만났을 때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해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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