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 - 번영과 탐욕의 두 얼굴, 자본주의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하워드 블룸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천재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천재 vs 야수자본주의

이 책은 두껍다. 방대하다. 그러나 굳이 한마디로 책을 표현하라면 자본주의라는 공식에 동물행동학, 철학, 자연과학, 심리학, 역사를 죄다 대입시켜낸 자본주의 찬미론이다. 플라톤도 콜럼버스도 마르크스도 다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깔때기에 걸러져 나오면 대중의 욕구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기가막히게 잘 이용한 영리한 장사꾼으로 거듭(?)난다. 저자는 천재적 자본주의로 인해 인류가 장족의 진화를 거듭해온 과정을 흥미로운 예들을 통해 증명해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 야수론을 불식시킨다. 책의 초입부분을 읽다보면 이 책이 생태학을 다루고 있는 자연과학서처럼 여겨지고, 책의 중반쯤에는 그리스 철학과 성서, 고대 토템사회의 원시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어 인류학을 다룬 책같으며 책의 말미에 가서는 미국역사와 그 과정에서 영웅적 활약을 펼쳤던 사업가들의 전기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매스미디어의 세계에서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대단한 활약상까지 엿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을 자본주의라는 프리즘에 투과 시켜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롭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에게 지적 충만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던 역사적 상식과 단순한 지식들에 대한 재점검이자 그들을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바라본다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퓨전음식을 아주 배부르게 먹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는 꿀벌, 늑대, 박쥐, 흰개미 집단 등 동물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행동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속성을 따르고 있는지를 근거로 자본주의야말로 자연이 사랑해 마지않는 법칙이며 우주가 선택한 원리라는 주장을 펼친다. 자본주의는 인간본성에 아로새겨진 DNA라는 주장에 잠시 넋을 놓고 빠져보자. 그러면 어느새 그는 자본주의가 쌓아올린 놀라운 핑크빛 성문앞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거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욕구 즉 진화하고, 창조하고, 더 나아가고자하는 욕구는 자본이라는 거대한 상징을 탄생시켰고 자본이야말로 인간감정과 상상력의 총체라는 결론을 얻게된다. 물론 일리가 있다. 자본을 창조, 축적, 재생산하며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보자.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는 눈부신 성장, 탐욕의 역사를 통해 온 인류에게 주어진 기회와 평등의 값어치는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그것이 바로 인간 욕망의 힘, 저자가 말하는 환상의 힘(P.329)의 결과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내내 맘에 걸렸던 것이 하나있다. 바로 인류가 물질적 풍요의 댓가로 치루어 낸 정신적 비용에 대한 지나친 과소평가이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각종문제들 (비단 기후나 환경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에 대한 저자의 낙관주의는 자칫 우리앞에 자본주의가 가져다놓은 문제들을 간과하고 계속 이대로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마치 자본주의는 우주의 필연적 속성이고 인간은 자본주의적 세포로 이루어져 자본주의적 삶을 체화해왔기 때문에 별수 없이 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예속되었다는 것 처럼들려 위험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욕구, 욕망, 감정이 자본의 창출되는 근원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감정이라는 것이 소비활동을 통해서만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향상 시키고자 하며,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인간욕망이 아무런 제동없이 탐욕으로 치달을때 파멸을 면할 수 없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만약 누구나 이기적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그 책임은 그럼 누가 져야하는 것인가? 개인의 이기적선택으로 전체의 행복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는 상황은 어떤가. 몇몇의 탐욕적 선택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공정성과 그로인가 상대적 박탈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자각없이는 자본주의를 온전히 즐길 수 없다. 어떤면에서 이 책은 천재적 자본주의를 조명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야수자본주의 모습을 책에서 찾아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니까말이다.

천재는 요절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자기안의 천재성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다. 인간욕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자본주의와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 지금 이시대에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그래야 천재가 자기안의 야수성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괴하는 불상사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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