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그렇기에 더욱 애틋하고도 상냥한 회색빛으로 물들 수 있었던 이야기

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미아키 스가루 선생님의 [너의 이야기].

책장을 넘기며 눈물을 흘리기도, 소리 없는 경탄을 내지르기도 하면서 장르불문으로 책을 즐기는 본인이지만, 리뷰를 쓰는 순간은 언제나 꺼려진다. 리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감상, 그렇기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책에 담긴 이야기를 평가하는 서평의 특성을 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 이야기를 평가할 자격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일개 독자에 불과한 본인이 부족한 글 실력으로 이렇게나마 써 내려가는 이유는, 이 잔인하지만 다정한 거짓말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다.] 로 시작된다. 나노로봇을 통해 기억 개조술이 가능한 세계. 그곳에는 한 편의 잘 짜인 이야기 같은 의억(가공의 기억)을 구매해 그것을 본인의 추억으로 삼아 정신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가짜의 기억을 구매하는 것보다 과거를 망각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주인공 중 하나인 치히로가 그 후자의 부류다. 의억의 달콤함에 빠져 모든 것을 내팽개치는 부모로 인해 여러모로 일그러진 집안. 그런 그들에게 지칠 대로 지쳐 허구를 증오하게 된 치히로는 본인의 황량한 가슴 안에서 휘몰아치는 허무함을 채우기보다는 통째로 없애기 위해 무(無)- 망각을 택한다.

기억을 망각하는 [레테]를 구입, 그러나 카운슬러의 실수로 인해 치히로는 레테가 아닌 청춘의 싱그러움을 불어넣는 [그린그린]을 복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뇌리에 그토록 증오하던 허구의 추억들이 맴돌게 된다. 과거의 자신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완벽한 가상의 소꿉친구, [도카]의 존재가. 그리고 그 존재할 리 없는 소꿉친구가 실제로 치히로의 눈 앞에 나타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나아간다.

나머지는 직접 읽어 보기를 바라기에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간략하게 쓰도록 하겠다. 앞서도 말했지만, 치히로는 주인공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연히 치히로와 도카 두 사람이다. 히어로와 히로인. 거짓으로 뽑아낸 인연의 실로 엮인 그 둘은 서로에게 히어로이자 히로인이였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회색이다. 그것은 보는 각도, 위치 밝기에 따라 새하얗게 보이기도, 새까맣게 보이기도 한다. 거짓말은 말그대로 [거짓]이기 때문에, 가짜라는 낙인이 새까맣게 찍힌 채다. 그러나, 그 속과 끝이 보이지 않을 검은 빛의 잔인한 거짓말이 결과적으로는 새하얀 구원을, 그리고 그것을 넘어 눈앞이 아득해 보일 정도의 밝은 미래를 선사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색깔을 누군가가 묻는다면, 본인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애틋하고도 상냥한 회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