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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 아이가 첫 숙제를 가져왔다. 제목은 ‘우리 가족 소개하기’였다. 나는 우리 가족은 네 명입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가족은 여섯 명입니다. 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순간 “왜?” 란 질문이 튀어나왔다. “고양이들이 있잖아.” 아하, 그렇지. 우리 집에 살게 된 고양이 두 마리도 우리 식구가 맞겠구나. 가족의 개념이 뭘까? 단순히 핏줄로만 엮어진 관계였던 데에서 이제는 함께 생활하는 생명체들이 모두 가족의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막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한 동안 집요하게 돈을 모았다. 왜 모으느냐고 물었더니 가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족이 자기 말을 안 들어줄 때면 꼭 “나 집 나갈 거야.” 라고 말한 뒤 현관 문 밖으로 나가서 한 참 동안 안 들어오곤 했었다.
이 책 속의 가족 구성원도 우리 집과 사정이 비슷하다. 배다른 아이들 셋에 홀로 된 할머니, 아버지, 삼촌 이렇게 여섯 명이 가족이다. 가만 보면 이들은 모두 집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내 맘대로 안 되는,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가족들과는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곶감 빠지듯 하나씩 하나씩 집을 빠져 나간다. 참 슬픈 상황인데도 작가는 쿨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족이 해체 위기에 직면해서야 주인공은 깨닫는다. “알고 보면 다들 자기 앞에 놓인 일들이 감당이 안 되어 본의 아니게 서로를 괴롭혔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나는 다른 가족의 삶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이 세상은 무엇으로 굴러갈까? 나는 결핍으로 굴러가는 게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 속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란 질문을 던진 톨스토이가 나온다. 톨스토이는 사랑으로 산다고 답한다. 주인공 여울이는 자신에게 가장 취약한 영양소인 ‘사랑’이라는 말에 화가 치민다. 사랑이 결핍되면 문제아가 된다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울이는 문제아다. 여울이 가족도 문제 가족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항상 부족한 현실을 원망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돈이 없다고, 명예가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아프다고, 징징대며 살아가는 게 세상이다. 문제는 없는 현실에 대해서 원망만 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내 맘 같지 않는 주변이 모조리 싫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 마음 때문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가장 미워지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모조리 쳐내버리면 결국 인간은 혼자, 외톨이가 되어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내 곁에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와 다르지만 나와 같은 존재에 관심을 갖는 순간 화해가 이루어지나 보다.
결국 여울이는 홀로 남게 되면서 자신의 불량 가족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불러본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결핍으로 산다. 자신에게 주어진 결핍을 원망하면서 살기도 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살기도 하고,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기도 한다. 결핍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는가? 그것이 문제다. 인생에서 충만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 일까? 내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채워지는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고통이고 긴 시간이 걸린다. 인간은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뭘 원했는지를 잊어버리고 산다. 톨스토이의 책을 앞에 두고 여울이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기에 다들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헤매는지 모르겠다. 특히 우리 집을 뛰쳐나간 여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